【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새 내각이 지난 21일 출범한 가운데 마츠모토 요헤이 신임 문부과학상이 과거 '난징대학살'을 부정하는 영화를 지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문부과학성은 한국의 교육부에 해당하는 정부 부처다.
22일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전날 문부과학상에 지명된 마츠모토 요헤이 중의원 의원은 영화 '난징의 진실(2008년)'을 지지하는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영화는 중일전쟁 중이었던 1937년 중국 난징에 진입한 일본군이 포로와 주민 등 수십만명을 무차별 살해·강간한 '난징대학살'이 날조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시 지지자 명단에는 마츠모토 문부과학상 외에 다수의 국회의원, 언론인, 연구원 등이 포함됐다.
'난징대학살'은 일본 정부도 인정한 역사적 사실이다. 일본 외무성은 홈페이지에 "일본군의 난징 입성 후 비전투원에 대한 살해나 약탈 행위 등이 있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게재했다. 지난 6월에는 이같은 견해를 계승하는 답변서를 각의(국무회의)에서 결정했다.
문부과학성은 교과서 검정 과정에서 이같은 정부 견해에 근거한 서술을 교과서 출판 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마츠모토 문부과학상은 이날 취임 기자회견에서 '난징대학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해 민간인 살해와 약탈을 부정하지 않는 정부의 견해를 인용하며 "그 견해 그대로다. 그 마음을 이어받아 충실히 임하겠다"고 답했다.
교과서 검정에 대해서도 "조용하고 안정된(정온한) 환경에서 어떤 교과서가 적절한지를 논의한 뒤 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환경을 앞으로도 확실히 지켜나가겠다"고 말했다.
'강경보수'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가 마츠모토 문부과학상을 포함해 우익 인사를 대거 내각 주요 포스트에 배치하면서 중일 관계 악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실제 중국은 다카이치 내각에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고 있다.
궈자쿤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전날 일본 총리 선출과 관련한 입장을 묻는 취재진에 '일본이 역사·대만 문제에 관해 한 정치적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양국 관계의 정치적 기초를 수호하고 중일 전략적 호혜 관계를 전면 추진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중국 관영매체 신화통신 계열 소셜미디어 계정 '뉴탄친'은 중국 외교부가 공식 축하 메시지를 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외교적 언어의 온도차는 국가 관계의 진정한 온도차를 반영하기도 한다"며 "최근 몇 년 동안 일본 지도자의 갖가지 행태가 모두 우리 눈에 들어와 있어서 진심으로 축하하기 어렵고, 특히 다카이치 사나에에겐 중국인이 받아들일 수 없는 언행이 너무 많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회피할 것 없이, 다카이치 사나에는 일관되게 반중이었다"면서 "여러 차례 중국을 비난하는 발언을 했고, 거듭 남경대학살을 부정했으며, '중국위협론'을 대대적으로 선전하고, 대만 문제에서 망언을 했다"고 지적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장관 신분으로 올해 8월 15일까지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했으며 일본 자위대의 군대 전환 개헌을 주장한 점도 문제 삼았다.
매체는 "현재 일본 정치권 구도에 따라 다카이치 사나에는 여기저기서 긁어모아 겨우 총리가 됐다"며 "1년 집권할 수 있다면 성취(성과)고, 2년 집권할 수 있다면 기적"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