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지난 21일 "한국은 일본에게 중요한 이웃 국가"라며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안정적 발전으로 이끌고 싶다"고 말했다.
22일 산케이신문 등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는 전날 밤 총리 선출 이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카이치 총리 취임으로 한일 관계가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강경 보수 성향으로 알려진 다카이치 총리는 그동안 태평양전쟁 A급 전범이 합사된 야스쿠니신사를 지속적으로 참배하고 영토·역사 문제에서 '매파' 발언을 거듭해 왔다. 이에 다카이치 총리가 이끄는 새 내각에서 우경화가 가속화하며 한일 관계가 경색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한국을 좋아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한일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우려를 불식하는 데 주력했다.
그는 "(한일 관계 악화라는) 우려가 있는 것 같지만 나는 한국 김을 아주 좋아한다. 한국 화장품도 쓰고 있고 한국 드라마도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한국은 일본에게 중요한 이웃 국가이며 한일 관계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오는 31일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을 만날 기회를 만들 수 있길 매우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APEC 정상회의에 대해 "각국 정상과 만날 귀중한 기회"라며 "자유롭고 공정한 경제질서를 유지·강화하는 것의 중요성을 호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시간을 들여 신뢰 관계를 만들고 일본이 존재감을 발휘해 세계 한가운데에서 화려하게 피어나는 외교를 되찾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카이치 총리는 한미일 협력 중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한미일 3국은 북한에 대한 대응이라는 측면에서 안보, 경제안보 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전략적 관점에서도 (협력을) 확실히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오는 27~29일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일본 방문과 관련해서는 "미일 관계를 한층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일 동맹은 우리나라 외교 안보의 기축"이라며 "양국 간 과제뿐만 아니라 인도·태평양 지역 과제부터 중동 정세, 유럽, 우크라이나에 이르기까지 일본과 미국이 직면한 과제에 대해 솔직하게 의견을 교환해 정상 간 신뢰 관계를 심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방위비 증액 문제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증액 요구를 염두에 두고 "일본이 방위력을 충실히 하고 있다고 얘기하려 한다"고 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방일에 앞서 오는 26일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되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 출석하겠다는 의욕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