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 거주하는 신규 H-1B 신청자에게 10만달러 받기로
이미 미국 안에 합법적으로 체류하는 외국인은 적용 제외
H-1B 수수료 인상에 따른 경제 피해, 예상 금액의 절반 수준일 듯
앞서 H-1B 비자 받은 외국인은 미국에서 출국 후 재입국해도 상관없어
[파이낸셜뉴스] 지난달 전문직 비자 발급 수수료를 100배 인상한다고 밝힌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구체적인 수수료 시행 규칙을 발표했다. 트럼프 정부는 외국에 사는 신규 신청자에게만 100배 수수료를 받을 예정이다.
현지 경제지 포천에 따르면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이민국(USCIS)은 20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H-1B' 비자 수수료 적용 대상을 구체적으로 공지했다. 해외 노동자를 배척하고 미국인 고용 확대를 주장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9일 대통령 포고문을 통해 1000달러(약 142만원)였던 H-1B 비자 발급 수수료를 지난달 21일 0시부터 10만달러(약 1억 4243만원)로 100배 올린다고 밝혔다.
USCIS는 트럼프의 포고문이 “미국 동부시간으로 지난달 21일 0시 1분 이후 접수된 H-1B 신청건에 적용된다”고 밝혔다. 이어 포고문이 “이미 합법적으로 미국 내에 거주중인 외국인이 신청한 비자 수정, 비자 자격 변경, 체류 연장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규정했다. 또한 USCIS는 포고문이 “과거 발행되어 현재 유효한 H-1B 비자를 소지한 외국인이나 포고문에 규정된 발효 시간 이전에 접수된 H-1B 비자 신청자에게 적용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미국의 H-1B 비자는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의 전문 직종에 적용되는 비자로, 추첨을 통한 연간 발급 건수가 8만5000건으로 제한되어 있다. 기본 3년 체류가 허용되며, 연장도 가능하고, 영주권도 신청할 수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USCIS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미국에서 발급된 신규 H-1B 비자가 14만1000건이라고 설명했다. FT는 미국 고용주들이 내년에 지난해와 비슷한 규모로 외국 전문 인력을 고용하려면 연간 140억달러(약 19조9360억원)를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 USCIS가 신규 비자 수수료 대상을 ‘외국에 거주하는 신규 신청자’로 한정하면서, 고용주들의 비자 발급 비용이 예상했던 규모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고 예측했다. 매체는 특히 비자 자격 변경에 100배 수수료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IT 대기업들은 일반적으로 대학 졸업 후 단기 취업 비자를 받아 이미 미국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H-1B 비자를 신청한다.
미국 정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H-1B 비자 신청자 가운데 약 54%가 이미 미국에 체류 중이던 이민자들에게 발급됐다. 포천은 이번 공지로 H-1B를 가진 직원이 미국 밖으로 나가더라도 비자 수수료 문제를 걱정하지 않게 됐다며 미국 고용주들의 근심이 줄었다고 평가했다. 앞서 미국 상공회의소는 지난 16일 H-1B 수수료 인상 조치가 "이민법 조항에 어긋나 위법"이라며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한편 USCIS는 이미 미국에 거주중인 H-1B 소지자라도 비자 자격 변경 및 체류 연장시 현재 체류 자격을 상실한 경우 100배 인상된 신규 수수료를 그대로 받겠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