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근로자의 뇌심혈관 질환 사망 원인이 장시간 노동이나 과도한 업무 스트레스 등에서 유발된 업무상 재해로 의심될 때 유족들이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 신청하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업무상 질병(과로사) 유족급여 및 장례비 청구’ 3건 중 2건은 근로복지공단의 문턱조차 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20일 근로복지공단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박홍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2020~2025년 6월) 공단이 승인한 뇌심혈관계 질병 유족급여 승인율은 평균 35.7%에 그쳤다. 승인율은 2020년 40.7%에서 2021년 39.1%, 2022년 36.8%, 2023년 32.5%, 2024년 33%, 2025년 6월 32.1% 매년 하락 추세다.
같은 기간 업종별로 신청 건수를 보면 기타 사업(1499건)을 제외하고, 제조업이 826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건설업 493건, 운수·창고·통신업 398건, 금융 및 보험업 73건, 전기·가스·중기·수도사업 15건 등으로 집계됐다. 전체 3421건 가운데 제조업과 건설업이 절반에 육박한 47%를 차지했다.
반면 승인율은 운수·창고·통신업 48.7%, 전기·가스·중기·수도사업 33.3%, 제조업 32.6%, 건설업 25.8%, 금융 및 보험업 17.8% 등 순이었다. 운수·창고·통신업의 경우 교대근무·운전 스트레스 등 과로 증빙에 상대적으로 명확해 유리하지만 건설업, 금융 및 보험업의 경우 업무 강도 입증이 까다로울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뇌심혈관계 질병은 과로사의 대표적인 사망 원인으로 꼽힌다. 업무와 사망 사이의 인과 관계가 입증되면 산재로 인정돼 유족급여와 장례비 등을 지원받을 수 있다.
다만 모든 업종 구분 없이 입증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공단은 과로사 여부를 판단할 때 △급성과로(발병 전 24시간 내 급격한 업무 변화) 또는 만성과로(발병 전 4주간 주 64시간 초과 또는 주 60시간 초과 지속) 등 노동시간 △교대근무, 잦은 출장, 직장 내 괴롭힘, 소음·유해물질 노출 등 근무 환경 △업무 강도, 정신적 긴장, 건강 상태 등 의학적 인과관계를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공단 관계자는 “뇌심혈관 질환의 경우 법원에서 어떤 의학적인 기준보다는 규범적이라든가 어떤 사회 통념 같은 걸 좀 많이 판단을 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이를 어느 정도 반영해 노동부 고시 혹은 그 뇌심질환 관련 지침을 정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달 국회에서 열린 '산업재해 보상보험 정책토론회'에서 “재해조사·판정 절차 혁신을 통해 불필요한 역학조사는 생략하고, 공단이 직접 신속하게 판정하는 방안을 마련했다”며 “산재 처리 기간이 법정 기한을 넘길 경우 급여 일부를 우선 지급하는 선보장 제도도 도입할 것”이라고 전했다.
박홍배 의원은 "과로사 등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사회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음에도 산업재해로 인정조차 받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국정과제에 이 같은 내용이 반영된 만큼 국회 차원에서 제도 마련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