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우크라, 다시 러시아로 돌아선 트럼프 변덕에 '당혹'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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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정상들, 트럼프-젤렌스키 회동 이후 긴급 통화
독일 "우크라 전적으로 지지, 평화 계획 위한 다음 단계 준비"
최근 우크라로 기울던 트럼프, 16일 푸틴과 통화 이후 돌변
푸틴 주장대로 우크라에 영토 포기 압박 "푸틴이 파괴할 것"
우크라, 영토 추가 포기 거부...현재 전선 토대로 협상 강조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왼쪽)이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주 앉아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올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돌파구를 기대했던 유럽 정상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변덕에 평화 계획을 서두르기로 했다. 지난 8월 이후 우크라이나를 두둔했던 트럼프는 이달 러시아 정상과 통화 이후 지난 2월처럼 다시 러시아 편으로 기울었다고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9일(현지시간) 보도에서 트럼프가 지난 17일 워싱턴DC 백악관을 찾아온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역정을 냈다고 전했다. 관계자에 의하면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을 주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요구한 종전 조건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했다.

당시 백악관 회동 내용을 전달 받은 유럽 관계자 중 하나는 젤렌스키가 회동 이후 “매우 부정적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 지도자들이 “긍정적이지 않지만 현실적으로 다음 단계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는 18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독일과 유럽 친구들은 평화를 위해 젤렌스키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적었다. 그는 “젤렌스키와 트럼프의 만남 이후 우리는 다음 단계를 함께 할 것”이라며 “지금 우크라이나에는 평화 계획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매체 키이우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젤렌스키는 트럼프와 회동 직후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통화했다. 스타머는 미국과 함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휴전같은 우크라이나 평화안을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19일 미국 정치매체 폴리티코와 접촉한 관계자는 “우리는 4일 전만 하더라도 토마호크 미사일을 논의하고 있었는데 지금은 우크라이나의 영토 포기에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가 다음에 또 다시 태도를 바꿀 때, 우크라이나에 유리하게 만드는 것은 유럽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대선부터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약속한 트럼프는 취임과 동시에 러시아 편에서 우크라이나를 압박하는 방식으로 빠른 종전을 추구했다. 그는 지난해 2월 백악관을 찾은 젤렌스키를 쫒아내기도 했다. 트럼프는 양측이 교전을 멈추지 않자 지난 4월부터 우크라이나에 우호적인 태도를 보였으며, 지난 8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직접 만난 이후에는 보다 우크라이나에 가까워졌다. 트럼프는 푸틴이 자신과 만난 이후에도 적대행위를 멈추지 않자 이달 우크라이나에 러시아 수도를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왼쪽)이 지난 8월 15일 미국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AFP연합뉴스

그러나 트럼프의 태도는 16일 푸틴과 전화 통화 이후 다시 뒤집어졌다. 푸틴은 당시 통화에서 우크라이나가 동부 도네츠크주를 러시아에 완전히 넘기면 남부 자포리자주, 헤르손주의 러시아 점령지를 일부 반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우크라이나가 도네츠크주의 요새 지대를 포기하면 러시아의 진격을 막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FT에 따르면 트럼프는 푸틴과 통화 다음날 젤렌스키와 만나 푸틴의 말대로 땅을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관계자에 의하면 트럼프는 17일 젤렌스키에게 "푸틴은 이것을 전쟁이 아니라 '특별군사작전'이라고 부른다"며 "당신은 전쟁에서 지고 있다. 푸틴은 자신이 원하면 당신을 파괴할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19일 미국 NBC방송 인터뷰에서 "이 전쟁을 멈추고 외교적인 방식으로 긴급하게 평화 협상으로 나아가려면 우리가 현재 위치한 곳, 현재 전선에 머물러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푸틴에게 추가로 더 줘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젤렌스키는 X에도 글을 올려 "말로는 푸틴을 멈출 수 없고 압박이 필요하다. 세계는 러시아가 힘에 반응하는 걸 보고 있다. 이는 힘을 통한 평화가 작동할 수 있음을 뜻한다"고 주장했다.

폴리티코와 접촉한 관계자는 트럼프가 17일 젤렌스키와 충돌하기는 했지만 결국 러시아에 추가 양보 없이 현재 전선을 토대로 협상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회동 이후 소셜미디어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현재 위치에서 멈춰야 한다"며 "살상을 중단하고 협상을 체결할 때가 됐다"고 썼다.

한편 트럼프는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2주일 안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푸틴과 직접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는 19일 인터뷰에서 부다페스트의 미·러 회담에 갈 의향이 있는지 묻는 질문에 "이미 트럼프에게 말했다. 나는 준비돼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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