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코스피 4300대까지 전망
수출주로 포트폴리오 재편해야
미국 재정적자 확대와 각국 중앙은행의 금리인하로 법정화폐 가치가 흔들리면서 금, 주식, 가상자산이 동시에 오르는 '에브리싱 랠리'가 가속화되고 있다. 금 가격은 연일 급등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고, 내년 코스피 상단은 4300까지 전망됐다. 이에 증권가 전문가들은 해외매출 비중이 높은 수출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각국 금리인하… 디베이스먼트 확산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세계 각국 정부는 본격적으로 돈을 풀고 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를 3% 이내로 관리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여전히 6% 안팎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도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 집행을 통해 GDP 대비 4.2%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예상된다.
각국의 중앙은행도 금리인하 사이클에 진입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 이재원 연구원은 "국가부채 확대와 재정균형 우려감이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화폐 탈출)' 주장의 기저에 깔려 있다"면서 "전통적 자산 배분인 60(주식)대 40(채권)에서 탈피해 20%를 금이나 실물자산, 가상자산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정부 및 중앙은행이 인위적으로 공급을 조절할 수 없는 금, 은, 비트코인 등 대안자산으로 자금이 몰리고 있다. 특히 최근 국내 금값과 국제 금 가격이 연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국내 금현물 가격은 21만8000원(1g)으로 연초 대비 69.3% 급상승했다. 이재원 연구원은 "국제 금 시세 대비 국내 현물 금가격은 15%가량 고평가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코스피, 내년 4000 시대 전망
내년에도 중국과 유럽 중심의 재정지출 증가와 미국 기준금리 인하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나증권 이재만 연구원은 "유동성 확장 등 통화 공급량 증가는 화폐 가치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금, 주식, 가상자산 등 투자자산으로의 자금 유입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도 "글로벌 경제의 펀더멘털이 강하지 않음에도 상승 랠리가 이어지고 있는 배경은 불확실성 리스크 완화, 유동성 확대, 달러화 약세"라며 "주가 등 위험자산들을 중심으로 한 자산 가격 동반 랠리는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코스피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상승세도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내년 3·4분기 글로벌 유동성 증가율이 정점을 형성하고 하락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며 "S&P500의 주당순이익(EPS) 증가 등 투자 사이클 확장 속에 코스피의 반도체업종과 반도체 제외 업종 합산 기대수익률은 15%"라고 추산했다. 이를 현재 지수에 적용하면 내년 코스피의 상단은 4300이다.
다만 국내 투자자에게는 원화 약세를 돌파할 투자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매출이 해외에서 발생하는 수출주일수록 국내 실적 환산 효과가 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한투자증권 노동길 연구원은 "원화 약세 환경에서는 해외매출 비중이 높은 수출주와 해외 시장을 겨냥한 성장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래에셋증권 김성근 연구원도 "국내외 증시에서 인공지능(AI) 테크 기업들의 중요도가 매우 높아진 만큼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발표도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리스크 요인도 공존한다. 김 연구원은 "미중 무역관계 악화 등 불확실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면서 "우선 양국의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결과에 따라 무역갈등 해소 여부가 판가름날 것 같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