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가 동부 도네츠크주 남은 영토 포기하면 남부 점령지 일부 반환
도네츠크 방어망 포기하면 수도까지 뚫려, 러시아 재침시 무방비 노출
빠른 종전 원하는 美, 다시 러시아 편으로 기울어...도네츠크 양보 촉구
[파이낸셜뉴스] 2022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남부 및 동부를 차지하고 있는 러시아가 종전 조건으로 동부지역 일부를 추가 양도하라고 요구했다. 러시아는 동부를 넘겨주면 점령한 남부 일부를 반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18일(현지시간) 2명의 관계자를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전화 통화에서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를 논의했다고 전했다. 푸틴은 당시 통화에서 종전 조건 중 하나로 우크라이나가 동부 도네츠크주(州)를 러시아에 완전히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가 해당 조건을 받아들이면, 러시아가 점령중인 남부 헤르손주와 자포리자주의 영토 일부를 우크라이나에 돌려줄 수 있다고 밝혔다.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를 포함한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은 러시아계 주민들이 많이 사는 지역이다. 이미 우크라이나는 2014년 내전 이후 러시아계 반군에게 해당 지역을 부분적으로 상실했다. 돈바스 반군은 2022년 침공 이후 러시아군과 합심해 우크라이나군을 밀어냈다.
현재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국토의 약 20%를 점령하고 있으며 이 중 세바스토폴을 포함한 크림반도와 루한스크주는 전역을, 도네츠크주, 자포리자주, 헤르손주는 약 4분의 3을 점령하고 있다.
관계자들은 러시아가 도네츠크주에 집착하는 이유에 대해 우크라이나의 방어망을 망가뜨려 종전 이후에도 우크라이나를 계속 위협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군이 설정한 최후 방어선의 핵심부는 도네츠크주 북부의 슬로우얀스크와 크라마토르스크, 남부의 드루즈키우카와 코스티안티니우카를 포함해 4개 도시를 잇는 '요새 벨트'다. 우크라이나는 해당 요새 벨트를 러시아에 넘겨준다면 향후 러시아가 다시 침공할 경우 수도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빨리 끝내려는 트럼프 정부는 푸틴이 이번 통화에서 지난 8월 미러 정상회담과 달리 영토 문제에서 한발 물러서자 이를 반겼다. WP는 일부 백악관 관계자들이 푸틴의 이번 발언을 진전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미국의 스티브 위트코프 중동 특사는 17일 미국 백악관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푸틴의 주장대로 도네츠크주를 포기하라고 요구했다.
이날 트럼프는 도네츠크주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젤렌스키는 같은 날 트럼프에게 러시아 중심부 타격을 위해 미국산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 공급을 부탁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트럼프는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2주일 안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푸틴과 직접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