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 비자금은 법적 보호 밖" 재산분할 비율 재산정 해야 [리스크 벗은 SK]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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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소송 핵심쟁점 '특유재산'
蘆 전 대통령 300억 둘러싼 공방
대법, 蘆관장 측 기여로 판단 안해
서울 종로구 SK 사옥 모습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이 원점으로 돌아간 데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불법 자금이라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실제 해당 자금이 SK 측에 유입됐는지 여부와 상관없이, 불법 조성한 자금을 분할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판단이 뒷받침됐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16일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소송 상고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의 재산을 분할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다만 위자료 20억원에 대해선 상고를 기각해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의 핵심 쟁점은 최 회장이 보유한 SK㈜ 지분에 대한 특유재산 인정 여부였다. 특유재산은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이나 상속·증여로 취득하게 된 재산으로, 이혼 시 재산분할 대상에서 빠진다. 다만 혼인 기간이 길거나 배우자가 특유재산 증식·유지에 기여한 경우 부부 공동재산으로 판단해 분할 대상이 될 수 있다. 최 회장 측은 1994년 부친인 최종현 선대회장에게 증여받은 2억8000만원으로 당시 대한텔레콤 주식(현 SK C&C)을 취득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노 관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원 등이 SK그룹 성장에 밑거름이 됐다고 반박했다.

1심과 2심은 정반대의 판단을 내놨다. 1심은 해당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판단했지만, 2심은 노 관장 측의 기여를 인정해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재산분할액은 2심에서 1조3808억원으로 1심 665억원 대비 20배 수준으로 늘었다.

2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모친 김옥숙 여사의 메모와 어음 봉투를 근거로 노 전 대통령 비자금으로 추정되는 300억원이 최 선대회장 쪽으로 흘러들어갔다고 봤다. 이 돈이 SK그룹 성장의 종잣돈이 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설령 노 전 대통령의 비자금이 SK 측에 유입됐을지라도 재산분할 대상이 될 수 없다며 판단을 뒤집었다. 불법적으로 조성한 자금은 법적 보호영역 밖에 있으므로, 노 관장 측의 기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다. '불법의 원인으로 인해 재산을 급여한 때에는 그 이익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한다'고 규정한 민법 746조가 근거가 됐다.

대법원은 "노태우가 1991년경 최종현에게 300억원 정도의 금전을 지원했다고 보더라도, 이 돈의 출처는 노태우가 대통령으로 재직하는 동안 수령한 뇌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노태우는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해 일반 뇌물 사건의 수뢰액을 상당히 초과하는 거액을 수수했고, 뇌물 일부로서 거액의 돈을 사돈 혹은 자녀 부부에게 지원하고 이에 대해 함구함으로써 국가의 자금 추적과 추징 내지 환수를 불가능하게 했다"며 "이러한 행위는 선량한 풍속 그 밖의 사회질서에 반하고 반사회성·반윤리성·반도덕성이 현저해 법의 보호영역 밖에 있다"고 설명했다.

노 관장 측은 노 전 대통령이 지원한 돈에 대해 '반환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재산분할에서의 기여를 주장하는 것'이라고 했지만, 대법원은 "불법성이 절연될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노태우의 행위가 법적 보호가치가 없는 이상, 이를 재산분할에서 피고(노 관장)의 기여 내용으로 참작해서는 안 된다"고 부연했다.

최 회장 측 이재근 변호사는 선고 직후 "대법원이 SK그룹이 노태우 정권의 불법 비자금이나 지원 등을 통해 성장했다는 부분에 대해 부부 공동재산 기여로 인정한 것은 잘못이라 선언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일각의 억측이나 오해가 해소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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