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게이머들의 기대를 오랫동안 달구던 서커펀치의 신작 '고스트 오브 요테이'의 게임 플레이가 지난 2일 드디어 열렸다. 메타크리틱에서 86점의 크리틱 점수를 받으며 대체로 긍정적인 평이다.
'고오쓰'의 시스템을 그대로 계승한 플레이 방식, 비현실적으로 아름다운 자연 경관을 묘사한 그래픽 등은 전작의 완성도에 필적하는 것 같아 일단은 합격점이다. 그런데 무엇보다 플레이어들의 궁금증은 주인공에게 쏠린다.
전작 '고오쓰'의 사카이 진은 몽골의 침략에 맞서 홀로 싸움에 나서는 사무라이였지만, '고오요'의 주인공 아츠는 '평범'했지만 가족의 복수를 위해 칼을 든 여성이기 때문이다.
두 유령이 걷는 서로 다른 길
고스트 오브 쓰시마에서 고스트 오브 요테이로. 서커펀치 프로덕션은 같은 '유령(Ghost)'이라는 상징을 공유하면서도, 본질적으로 다른 두 영웅 서사를 제시한다. 사카이 진과 아츠. 이 두 주인공의 여정을 비교하면, 우리는 전통적 영웅 서사와 현대적 복수극이 어떻게 다른 질문을 던지는지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진의 비극은 집단적이다. 코모다 해변에서 쓰시마의 사무라이들이 무너지고, 섬 전체가 침략당한다. 그의 상실은 개인을 넘어 공동체 전체의 위기와 맞물린다. 반면 아츠의 비극은 철저히 개인적이다. 부모와 쌍둥이 오빠라는 혈연이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그녀만 홀로 살아남는다.
이 차이는 두 주인공의 동기를 근본적으로 갈라놓는다. 진은 쓰시마를 해방시키고 백성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그의 칼끝은 공동체를 향한다. 아츠는 요테이 육인방을 하나씩 제거하며 복수를 완성하려 한다. 그녀의 칼끝은 과거를 향한다.
진의 서사는 확장의 서사다. 그는 홀로 시작하지만, 유나, 마사코, 이시카와, 노리오 등 다양한 동료를 만나며 점차 '쓰시마의 유령'이라는 집단적 정체성을 구축한다. 그의 성장은 개인에서 공동체로, 사무라이에서 민중의 수호자로 나아가는 과정이다.
아츠의 서사는 수렴의 서사다. 그녀는 16년간 떠돌며 이미 강인한 전사가 된 상태로 고향에 돌아온다. 복수 명단은 하나씩 지워지고, 여정은 점점 좁아진다. 물론 그녀도 사람들과 관계 맺고 치유를 경험하지만, 이는 복수라는 중심축을 흔드는 '방해' 혹은 '균열'로 작용한다.
갈등의 대상 나 혹은 외부의 적
진의 핵심 갈등은 외부와의 충돌이다. 몽골이라는 명확한 적, 그리고 무사도를 고수하는 숙부 시무라와의 대립. 그의 딜레마는 "어떻게 싸울 것인가"라는 방법론의 문제다. 명예냐 생존이냐, 전통이냐 실용이냐. 이는 외부 규범과 개인 신념 사이의 선택이다.
아츠의 핵심 갈등은 내부의 분열이다. 복수에 사로잡힌 자아와 인간성을 되찾고 싶은 자아 사이의 싸움. "복수를 완성하면 무엇이 남는가"라는 실존적 물음. 그녀의 딜레마는 방법이 아니라 목적 자체의 공허함을 향한다.
'쓰시마의 유령'은 진에게 타인이 부여한 정체성이다. 백성들이 그를 그렇게 불렀고, 그는 점차 그 역할을 받아들인다. 그의 유령 되기는 공동체의 필요와 기대에 응답하는 과정이다.
아츠의 '원령'은 타인이 두려워하는 존재다. 사람들은 그녀를 유령처럼 여기지만, 그것은 경외가 아닌 공포다. 그녀는 이 정체성을 원한 적이 없다. 복수자로서의 삶은 스스로 선택했지만, 괴물이 되는 것은 원치 않았을 것이다.
진의 엔딩은 트레이드오프의 서사다. 그는 쓰시마를 지켰지만 사무라이 칭호를 잃고 그림자 속으로 들어간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 무언가를 포기한다. 이는 고전적 영웅의 희생이자, 성장의 대가다.
진과 비슷하지만 사실은 다른 아츠의 엔딩은 어떻게 끝이 날까. 복수의 서사는 공허와의 직면을 예고한다. 목적을 이룬 후 아츠에게 남는 것은 무엇인가? 그녀의 가족은 돌아올 수 없고, 16년의 세월도 되돌릴 수 없다. 그녀가 마주할 것은 승리일까, 상실일까.
우리는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진의 이야기는 공동을 위한 개인의 희생이라는, 어찌 보면 고전적이고 보편적 영웅 서사를 따른다. 그는 더 큰 명분을 위해 자신을 내던진다. 이는 위기 상황에서 공동체가 원하는 이상적 리더의 모습이다.
아츠의 이야기는 트라우마와 복수, 그리고 치유의 불가능성이라는 현대적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다. 21세기는 개인의 고통이 집단 서사로 쉽게 해소되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복수는 정의가 아니며, 상처는 단순히 봉합되지 않는다. 아츠는 강해졌지만 행복하지 않다. 두려움의 대상이 됐지만 존경받지 못한다.
고스트 오브 요테이는 플레이어에게 불편한 질문을 던질 것이다. '복수를 완수하면 당신은 만족할 것인가?', '강함과 치유는 양립할 수 있는가?', '괴물이 되지 않고 괴물과 싸울 수 있는가?' 이는 진의 명예 대 실용이라는 이분법보다 훨씬 복잡하고 어두운 질문이다.
두 '유령'은 같은 이름을 공유하지만, 서로 다른 시대정신을 반영한다. 진은 공동체를 위해 자신을 바꾼 영웅이고, 아츠는 복수를 위해 자신을 소진한 생존자다. 전자는 희망을 말하고, 후자는 상처를 직시한다.
결국 게임이 묻는 것은 간단하다. 당신은 무엇을 위해 검을 드는가? 그 답이 세상을 향하는지, 과거를 향하는지에 따라 유령의 의미는 완전히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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