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혼부부도 집 못산다는데..LTV 규제, LH 직원은 예외?

이해람 기자
입력
수정 2025.10.02. 오후 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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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실 입수 자료
LH, 기획재정부 '공공기관 혁신 지침' 어겨
2023년 11억원→2024년 46억..4배 급증
"LTV 조이자" 정부 6·27, 9·7 대책 역행
HUG도 1인당 2억 대출..LTV도 없어
"국민 내 집 마련 막아놓고..가렴주구"

경기 고양시 LH 고양사업본부.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자사 직원들의 '내 집 마련'을 위한 대출에는 담보인정비율(LTV)을 적용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2일 확인됐다. 직원에 대한 대출 금액은 1년 새 4배 이상 급증했다. 두 번의 부동산 대책을 통해 대출 규제를 강화한 현 정부의 방침과 대비했을 때 '내로남불'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실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LH가 자사 직원들에게 주택구입자금을 대출해주면서 LTV를 적용하라는 공공기관 혁신 지침을 어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기관들은 직원 복지를 명목으로 자체 재원을 통해 주택구입자금을 빌려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2021년 제정한 공공기관 혁신 지침을 준수하는 내에서 주택구입자금을 빌려줄 수 있다. 해당 지침에는 △1인당 7000만원 이하 △한국은행 가계자금 대출금리 △무주택자 △면적 85㎡(약 25평) 이하 등 제한이 담겨 있다. 정부 기관 임직원들에게 과도한 특혜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면서 이 같은 지침을 마련한 것이다. 해당 지침에는 'LTV 적용 및 근저당권 설정' 역시 포함돼 있다.

그러나 LH는 자사 직원들에게 2024년 한 해 동안에만 68명에게 46억8000만원의 주택구입자금을 대출해주면서 LTV를 적용하지 않았다. 이는 2023년 16명에게 11억2000만원을 대출해 준 것에서 4배 이상 급증한 액수다.

올해도 8월까지 45명에게 31억5000만원을 대출해 줬다. 이는 2024년 대비 약66%에 해당하는 수치다. 올해 주택구입자금 대출에 쓰이는 금액이 2024년을 상회할 가능성도 있는 셈이다.

2025년 8월 기준 주택구입자금 수혜 직원들은 3~4급 직급에 몰려있다. 주택구입자금을 대출받은 직원은 3급 3명, 4급 40명, 6급 2명, 7급 10명으로 확인됐다. 3~4급에서만 23억1000만원을 대출받은 셈이다.

이는 LTV를 강화해 수요를 억제하는 정부의 대책과 대비된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첫 부동산 대책(6·27 대책)으로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까지 제한했다. 특히 두번째 대책인 9·7 대책은 강남 3구와 용산 지역에 대한 무주택자 LTV 상한율을 50%에서 40%로 축소했고,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주택매매·임대사업자 대출은 0% 룰을 적용해 전면 제한한 바 있다. LH는 정부의 '수도권 135만호 공급계획'의 직접 시행자이기도 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더욱 심각하다. HUG는 자사 직원들에게 주택구입자금을 대출해주면서 LTV는 물론, 한은 가계자금 대출금리도 적용하지 않고 저금리 대출을 유지하고 있었다.

혁신 지침에 따라 최대 7000만원까지 빌려줄 수 있지만 HUG는 최근 3년간(2023년 1월~2025년 8월) 6명에게 총9억8000만원을 대출해줬다. 1인당 1억6000만원 가량을 대출해준 것으로, 제한 액수의 2배를 훨씬 뛰어넘는 액수다. 특히 올해는 2명에게 4억원(1인당 2억원)을 대출해주면서 2023년(2억원)의 2배를 기록했다. 법적 구속력이 없어서 정부 권고 사항을 쉽게 어기는 것으로 보인다.

LH와 HUG가 부동산 정책과 금융을 담당하는 정부의 핵심 기관임에도 지침을 어기고 자사 직원들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 '내로남불'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청년들은 물론 신혼부부까지 '내 집 마련'을 하는데 부침이 생겼지만 반대로 LH·HUG 직원들 LTV를 적용 받지 않은 채 사내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비판이다. 한국도로공사·코레일·한국국토정보공사 등 다른 국토교통부 산하 공공기관들은 지침을 준수하고 있다.

특히 LH는 현재 심각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 '방만 경영'이라는 더욱 큰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LH의 부채 규모는 160조1055억원(부채비율 217.69%)이다. 올해 말에도 증가 추세가 이어져 170조원을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LH와 HUG는 혁신 지침을 지키지 못하는 것에 대해 "노동조합 동의 사항"이라며 노동조합과 협의해 개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은혜 의원은 "부동산 규제로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이 가로막힌 상황에서 정작 국민들의 주택을 짓는다는 LH만 따로 혜택을 챙긴다면 '가렴주구'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며 "LH 개혁이 말로만 끝나지 않으려면 쥐고 있는 특권부터 내려놓고 국민 눈높이에서 다시 시작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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