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캄보디아 내 한국인 관련 범죄가 급증하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지난 4월 설악산에서 숨진 60대 여성의 사망이 현지 대규모 다단계 금융조직과 연관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최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 따르면 지난 4월 설악산 국립공원 둘레길 인근에서 머리에 검은 비닐봉지가 씌워지고 손과 발, 입이 결박된 60대 여성이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자수한 50대 남성 A씨는 “부탁을 받고 살해했다”고 진술했다. A씨가 살해했다고 주장한 피해자 B씨는 발견 당시 머리에 검은 비닐봉지를 쓰고 손·발·입이 테이프로 묶인 상태였다. 부검 결과 사인은 경부 압박에 의한 질식사였으며, 약물이나 독극물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B씨는 ‘글로벌 투자기업’을 표방한 G사에서 근무하며 지인들에게 투자를 권유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회사가 사실상 다단계 금융사기 조직임을 알게 된 뒤 심리적 압박에 시달렸고, 함께 투자에 관여한 동료 A씨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경찰에 “함께하던 사업이 무너져 동반자살을 결심했고, B씨의 부탁으로 살해한 뒤 자신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으나 실패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그것이 알고 싶다’는 이 같은 촉탁살인 진술에 의문을 제기했다. 유족과 전문가들은 “B씨가 유서를 남기지 않았고, 사망 직전까지 고추장을 담그고 택배를 보내는 등 평소와 다름없는 일상을 이어갔다”며 동반자살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후 수사 과정에서 B씨와 A씨가 몸담았던 G사의 배후에는 캄보디아 프놈펜을 근거지로 한 대규모 다단계 금융사기 조직이 존재한 사실이 드러났다.
강원일보 보도에 따르면 G사 한국지사 대표 정모씨는 지난해 프놈펜에 10층짜리 호텔을 매입해 범죄조직의 거점으로 활용했으며, 과거 중국에서 불법도박 사이트를 운영한 전력이 있는 인물로 확인됐다. 정씨는 이번 사건의 실질적 주범으로 지목돼 지난 7월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조직은 온라인 취업 사이트를 통해 한국인을 포함한 조직원을 모집하고, ‘가상자산 투자’ ‘고수익 보장’ 등을 내세운 다단계식 구조로 자금을 끌어모았다.
“앱에 접속만 해도 코인이 쌓인다”는 홍보에 속은 투자자들은 수천만~수억 원을 잃었고, 지난 4월 전산이 마비되면서 수익금과 원금을 모두 회수할 수 없게 됐다. 피해자는 5천여 명, 피해 규모는 약 5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캄보디아 현지 거점은 국제 공조 수사로 현재 폐쇄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해외 범죄조직이 국내 개인의 삶에까지 영향을 미친 사례”라며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죽음을 택했다기보다 외부 압박에 의해 극단적 상황에 몰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B씨의 사망 경위와 A씨의 행적, 그리고 G사와 캄보디아 조직 간 자금 흐름을 추가로 추적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