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2002년 '여대생 청부 살해' 사건 주범에게 허위진단서를 내준 의사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 위원이 직위에서 해제됐다. 최근 논란이 불거지며 국정감사에서 질타가 쏟아진 지 나흘 만이다.
21일 국회와 심평원 등에 따르면 심평원은 이날 인사위원회를 개최하고 박병우 진료심사평가위원의 직위를 해제하는 안건을 가결했다.
직위해제로 박 위원은 현재 맡고 있는 업무에서 배제된다. 심평원은 이달 24일 징계위원회를 열어 해촉 여부 등 징계 조치를 결정할 예정이다.
박 위원은 이른바 '여대생 청부살해 사모님'의 주치의였던 의사다. 올 4월 심평원에서 임기 2년의 진료심사평가위원에 임명됐다. 진료심사평가위원은 의료기관 등에서 청구하는 진료비 중 전문적 판단을 요하는 진료비에 대한 심사·평가 및 심사기준 설정 업무 등을 맡는다.
여대생 청부 살해 사건은 류원기 전 영남제분 회장의 부인이던 윤길자 씨가 여대생 하모(당시 22세) 씨를 자기 사위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고 의심해 청부 살해한 사건이다.
윤씨는 2004년 대법원에서 무기징역 확정판결을 받았으나 유방암 등을 이유로 여러 차례 형 집행 정지를 받고 민간병원 호화병실에서 생활했다는 사실이 밝혀져 공분을 산 바 있다. 박 위원은 이 과정에서 윤 씨의 형 집행 정지를 위해 류 전 회장과 공모해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준 혐의로 기소됐다. 2017년 대법원에서 벌금 500만 원이 선고됐다.
이같은 이력에도 최근 박 위원이 심평원 위원으로 임명돼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조국혁신당 김선민 의원 등이 박 위원의 임명을 두고 강중구 심평원장을 크게 질타하기도 했다. 김 의원이 박 위원의 이력을 알고도 임명한 게 아니냐고 지적하자 강 원장은 "오래된 사건이라 괜찮을 줄 알았다"고 해명했다.
국감에서는 강 원장의 인사 개입 의혹도 불거졌다. 강 원장이 박 위원과 연세대 의대 동기이고 사건 당시 강 원장이 박 위원의 탄원서를 썼다는 썼기 때문이다. 이에 강 원장은 블라인드 채용이었다며 이를 부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