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원하면 당신 파멸할 것”
[서울경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거친 욕설을 섞어가며 러시아 요구에 따라 일부 영토를 포기하라고 압박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19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7일 백악관에서 열린 젤렌스키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내내 격앙된 어조로 막말을 퍼부었다. 여러 차례 고성이 오간 회담장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당신은 전쟁에서 지고 있다”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원한다면 당신을 파멸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황 지도를 집어던지며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을 포함하는 돈바스 지역 전체를 러시아에 넘기라고 강요했다. 그는 지도에 표시된 빨간 선을 가리키며 “난 여기가 어딘지도 모른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다”며 “이 전선 지도는 이제 지겹다”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이 ‘미국의 지원에 충분히 감사하지 않는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판했던 지난 2월 백악관 회담과 유사한 긴장감이 재현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는 푸틴 대통령과 통화 이후 급격히 달라진 것으로 분석된다. 그는 최근까지 러시아를 압박하며 우크라이나 지원 확대를 시사했지만 16일 푸틴 대통령과의 통화 이후 러시아 측 논리를 그대로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에서 도네츠크주 전체를 넘겨받는 대신 자포리자주와 헤르손주 일부를 우크라이나에 반환하겠다고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러시아는 돈바스 지역의 약 4분의 3을 점령한 상태이며 남은 4분의 1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의 서진을 막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돈바스를 절대 양보할 수 없는 핵심 영토라는 입장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다.
FT는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내내 설교하듯 말하며 러시아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압박했다”며 “유럽 지도자들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지원을 늘릴 수도 있다는 희망을 품었지만 그런 기대는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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