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유방암은 우리나라 여성에게 가장 흔하게 발생되는 암이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2년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유방암 환자가 전체 신규 여성 암 환자의 약 21.8%인 2만9391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런 가운데 매년 10월 19일 ‘세계 유방암의 날'을 맞아 여러 국제 보건 단체와 시민 단체 등은 유방암의 예방과 조기 발견, 치료의 중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전개하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유방암 인식 개선을 취지로 열린 자선 행사가 연예인들의 ‘초호화 파티’로 변질됐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포시즌스 호텔에서는 유방암 인식 향상 캠페인 행사 ‘러브 유어 더블유(Love Your W) 2025’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BTS, 스트레이키즈, 엔하이픈, 아이브, 에스파, 아이들 등 가수를 비롯해 고현정, 이영애, 하정우 등 배우들도 참석했다.
하지만 행사 후 매거진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된 영상은 자선행사라기보다 화려한 연예인 파티에 가까웠다. 참석자들은 술잔을 기울이거나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이었고, 일부는 과도한 노출 의상을 입은 채 포즈를 취했다. 누리꾼들은 “유방암 캠페인이 아니라 시상식 같았다”며 “행사 취지를 알고 참석한 건 맞느냐”고 비판했다.
가수 박재범의 무대도 논란을 키웠다. 그는 이날 대표곡 ‘몸매’를 불렀는데, “네 가슴에 달려있는 자매, 쌍둥이 둥이” 등 여성 신체를 묘사한 가사로 구성돼 “유방암 캠페인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논란이 커지자 주최 측은 공식 계정에서 박재범 무대 영상을 삭제했다.
박재범은 이후 “공식 캠페인이 끝난 뒤 진행된 파티에서 공연했다”며 “불편함을 느꼈던 분들께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누리꾼들은 “유방암 환자나 유가족을 조롱하는 수준”이라며 공분을 이어갔다.
유방암 관련 커뮤니티에서도 비판이 거세다. 일부 누리꾼은 “유방암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 입장에서는 조롱처럼 느껴진다”며 “술을 마시며 명품 자랑하는 자리가 자선행사냐”고 꼬집었다.
반면 배우 박은빈은 행사 중 조용히 자리를 떠 ‘대조적 행보’로 주목받았다. 그는 이후 SNS 라이브에서 “황급히 집으로 가는 중”이라며 “이런 행사는 거의 처음인 것 같다”고 말해, 행사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번 사태 이후 ‘유방암 인식’, ‘유방암 캠페인’, ‘연예인들’ 등의 키워드가 X(구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며 논란이 확산됐다. 올해 20회를 맞은 해당 캠페인은 “누적 11억원 기부”를 홍보해왔으나, 기부금 규모와 행사 취지마저 도마 위에 올랐다.
한편, 이런 논란에도 주최 측은 아직까지 어떠한 해명이나 사과문 등 공식 입장은 내놓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