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 2.3억·128㎡ 17.9억, 대형 평형 30억 이상
23일 도심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은 최근 조합원들에게 새 아파트 평형별 추후 분양 신청 시 발생하는 추가 분담금을 공지했다.
국평으로 불리는 전용 84㎡를 소유한 조합원이 재건축 이후 동일 평형을 분양받기 위해선 1억8441만원의 분담금을 추가로 내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초 동일한 상황에서 추정한 분담금이 1억1766만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7000만원 가량 부담이 커진 셈이다.
해당 조합원이 전용 109㎡를 분양받으려면 당초 4억7466만원에서 9억3941만원으로 추가 분담금 규모가 5억원 가까이 늘어난다.
조합원 대상 희망 평형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전용 286㎡(펜트하우스)는 76㎡ 소유자 기준으로 97억3000만원, 84㎡ 소유자는 94억5000만원을 납부해야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펜트하우스는 최상층에 조성되며 84㎡ 기준 단가의 1.3배로 책정됐다.
59㎡를 분양받을 경우 76㎡ 소유자는 2억9000만원을 환급받고, 84㎡ 소유자는 5억7000만원을 환급받는 것으로 추산됐다.
업계 전문가들은 최고 높이와 용적률 완화 등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서울시의 적극 지원이 이뤄졌음에도, 전체 5893가구 중 20%에 육박하는 1104가구가 공공임대·분양분이 분담금 증가로 이어졌고 분석한다.
최근 공사비 급등으로 강남권 정비사업조차 수억원대 추가분담금을 피힐 수 없게 됐다. 서울시가 목표로 하는 주택공급 확대 속도전을 위해선 적정 공공기여가 관건이란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은마아파트는 그동안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지 못했다. 높은 용적률(201%)과 낮은 대지지분(전용 76㎡ 기준 48.3㎡·84㎡ 기준 53.9㎡)이 발목을 잡았다.
그러다 서울시가 2023년 높이제한을 전격 폐지하며 당초 지상 최고 35층에서 49층으로 키를 높였고, ‘역세권 용적률 특례’로 용적률 또한 기존 300%에서 331.9%로 완화되면서 재건축 논의가 시작된 1996년 이후 29년만인 최근 정비계획 결정 고시를 눈앞에 두게 됐다. 최근 오세훈 서울시장까지 나서 은마아파트에 각종 인허가 절차 간소화를 골자로 한 이른바 ‘신속통합기획 시즌2’를 처음으로 적용, 2030년 착공을 공언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분담금 부담을 키운 데에는 최근 몇 년새 꾸준히 고공행진 중인 공사비와 더불어 전체의 20%에 육박하는 공공임대·분양 가구 규모가 배경이 됐다는 평가다. 현재 4424가구 규모인 은마아파트는 재건축을 통해 5893가구로 재탄생하게 됐지만, 이 가운데 공공임대 909가구·공공분양 195가구 등 1104가구를 제외한 일반분양은 단 400여가구 수준에 그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은마아파트의 경우 일반분양 대비 공공임대 1가구당 2억원 가량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공공기여가 정비사업의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감이 크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비사업의 원활한 추진에 가장 중요한 기준은 결국 개별 조합원들이 얼마를 더 내야하냐일 것”이라며 “공공기여 등으로 당장 내가 내야할 분담금이 수억원씩 늘어난다고 하면 바로 조합 내부 갈등이 생겨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정비사업 현장 가장 큰 애로사항은 단연 소셜믹스 등 공공기여”라며 “공공임대주택 매각 가격 현실화도 인정하지 않는 현실에서 소셜믹스로 좋은 동호수까지 내놔야 한다면 원활한 정비사업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