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한 일주일 남았는데…북한, 미사일 도발로 ‘관심 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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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5번째…李정부선 처음
신형 무기체계 점검도 노린듯
추가 미사일 도발 가능성도

미북 대화 성사될지는 미지수
일각선 ‘미국 찔러보기’ 해석도

안보실, 긴급회의열고 상황주시
여야도 한 목소리로 도발 비판


시민들이 22일 서울역에 설치된 대형 TV로 북한의 단거리탄도미사일(SLBM) 발사 소식을 전하는 방송뉴스 속보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이 22일 내륙에서 동북쪽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여러 발을 발사하며 무력시위를 강행했다.

북측의 탄도미사일 발사는 올해 들어 다섯 번째이며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로는 처음이다. 군 안팎에서는 이번 북측 도발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를 앞두고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무기체계 성능도 검증하려는 ‘다목적 카드’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합동참모본부는 “오늘(22일) 오전 8시 10분쯤 북한이 황해북도 중화 일대에서 동북 방향으로 발사된 SRBM 추정 발사체 수 발을 포착했다”고 밝혔다. 이어 “포착된 북한의 미사일은 약 350㎞를 비행했으며 정확한 제원에 대해서는 한미가 정밀분석 중”이라고 전했다.

합참은 “한미 정보당국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준비 동향을 사전에 포착하여 감시해왔다”면서 “발사 즉시 탐지 후 추적했고, 미·일 측과 관련 정보를 긴밀하게 공유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군은 굳건한 한미 연합방위태세하에 북한의 다양한 동향에 대해 예의 주시하면서 어떠한 도발에도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과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가안보실은 국방부·합참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안보상황점검회의를 열어 대비태세를 점검했다. 안보실은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관련 상황을 대통령에게 보고하며 상황을 주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북한의 추가적인 미사일 발사 가능성 등 관련 동향을 면밀히 예의 주시하면서 필요한 조치들을 검토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북한이 이번에 쏜 미사일은 해상이 아니라 함경북도 산간 내륙의 표적지역에 낙탄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당국은 이번 북측 미사일이 지난해 9월 18일 시험발사했던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구체적인 제원을 분석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지난해 9월 신형 전술탄도미사일 ‘화성포-11다-4.5’ 시험발사 이후 공개했던 미사일 낙탄 장면. [조선중앙통신]
이 미사일은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의 탄두 중량을 4.5t까지 늘려 위력과 관통력을 강화한 기종으로 평가된다. 북측은 지난해 시험발사 때도 내륙의 표적을 향해 이 미사일을 발사해 지하화된 군사·지휘 시설 공격력을 갖췄음을 시사했다. 이는 한국군이 지난 1일 국군의 날 행사에서 탄두 중량이 8t에 이르는 ‘한국판 벙커버스터’ 현무-5를 공개한 것에 대한 맞대응 차원의 대남 위협으로도 풀이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북측 발사가 다음주 경주 APEC 정상회의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방한 등 중요 정상외교 일정을 고려한 행동으로 해석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측이 경주 APEC 정상회의 개막을 일주일여 앞둔 시점에 미사일을 쏜 점에 주목했다.

홍 연구위원은 “무력시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대미) 메시지를 보내되 지나치게 도발적 행동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시점을 조절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APEC 정상회의에서 혹여 다뤄질 북한 관련 논의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강하게 부각시키는 의도”라며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이 이야기되는 것과 상관없이 대화에 연연하지 않으며 핵무력 강화에 매진하겠다는 ‘마이 웨이’식의 메시지”라고 읽었다. 그는 이번 북측 미사일 도발이 APEC을 계기로 제기되는 미·북 정상 간 ‘깜짝회동’ 가능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봤다.

이번 미사일 발사를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찔러보기’ 행보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석좌교수는 “북측이 미국과의 회동 자체를 거부한다면 (거절 메시지가 담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의 담화를 발표했을 것”이라며 “(이번 도발은) 북미정상회담 거부용이 아닌 만남 가능성을 염두에 둔 핵 보유 과시용”이라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탄도미사일 도발에 나선 북한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부승찬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에서 “주요 해외 정상들이 모이는 APEC을 불과 9일 남겨둔 시점에 감행된 북한의 군사 도발을 강력히 규탄한다”며 “북한은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모든 행위를 즉시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성훈 국민의힘 수석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모두 참석하는 시점에 감행된 이번 도발은 명백한 무력시위이자 심각한 안보 위협”이라고 했다. 특히 “또다시 ‘평화’라는 이름의 침묵으로 일관할 건가. 이재명 정부는 언제까지 ‘대화와 인내’라는 미명 아래 ‘굴욕적 저자세’를 고집할 건가”라며 정부를 꼬집었다.

국가정보원은 정부와 군당국이 북측의 도발에 지나치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게 되레 추가 도발을 부를 수 있다는 취지의 판단을 내놨다. 박선원 민주당 의원은 국정원이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북한의 작은 소동에 크게 반응하면 오히려 북한 전술에 말려들 수 있다”고 보고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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