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자 다주택 논란 겹쳐
민주당 “국민께 송구” 사과
유휴용지 활용 주택공급 속도
주택안정화TF 조만간 발족
보유세 인상설은 거듭 부인
이날 한준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이 차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심려를 끼쳐드린 점, 당 최고위원이자 국회 국토교통위원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공직자, 특히 국토부 차관과 같은 고위공직자는 한마디 한마디가 국민의 신뢰와 직결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한 최고위원의 발언이 당 지도부 공식 입장이라고 확인했다.
이 차관은 앞서 19일 유튜브 채널 ‘부읽남TV’가 공개한 영상에서 한 발언으로 뭇매를 맞았다. 그는 “(주택 수요자들이) 현시점에서 사려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는 것”이라며 “정부 정책을 통해 집값이 안정되면 그때 사면 된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10·15 대책으로 갑작스레 주택 매입이 막힌 수요자들의 감정을 자극했다는 지적과 거센 비판을 받았다. 여기에 이 차관 배우자가 ‘갭투자 의혹’에 휩싸이며 논란은 더욱 커졌다. 그는 지난해 7월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의 ‘판교푸르지오그랑블’ 전용면적 117㎡를 33억5000만원에 매수했다. 3개월 뒤인 10월에는 14억8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맺었다. 전형적인 갭투자 유형인 셈이다.
이 차관은 이날 공개 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언론 노출을 최소화하고 있다. 그는 서울 성북구 장위12구역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현장 방문과 간담회 일정을 전날 오후 돌연 취소했다. 국토부는 “오는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토부 종합 국정감사를 앞두고 관련 회의 일정이 몰려 부득이하게 조정했다”고 밝혔지만 최근 불거진 논란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 최고위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도 “부동산 주무 차관이 말 한마디를 삼가지 못해 정부 정책의 추진과 집행에 부담을 줬다”며 “이 차관은 국민께 즉각 사과하라”고 밝혔다.
민주당의 사과는 이 차관 발언 후 3일 만, 10·15 부동산 대책 발표 후 일주일 만에 나왔다. 민주당은 이번 대책이 ‘사다리 걷어차기’라는 비판에도 “실수요자 보호와 집값 안정을 위한 초강수”(17일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라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실제 금융당국 수장인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역시 초고가 지역인 강남 아파트 2채(서초구 대림아파트 2채·47평)를 소유해 내로남불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는 1~2개월 내 한 채를 자녀에게 양도하겠다고 밝혔는데, 유상(매매)으로 할지, 무상(증여)으로 할지는 세금 문제나 자녀의 자금 사정 등을 고려해 결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증여 방법을 택한다면 비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이 원장은 참여연대 집행위원장 시절 다주택자의 고위공직자 임용 제한을 주장하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에도 고위공직자들이 다주택 보유 논란 속에서 일부가 자녀에게 증여를 하면서 ‘꼼수 증여’ 논란이 인 바 있다.
(서울=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2025년도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10.21
hkmpoo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이 원장은 이 밖에 서울 성동구와 중구에 각각 아파트 상가와 오피스텔 상가 등 상가도 2채 보유하고 있다. 앞서 국정감사에서는 ‘재산이 얼마나 되느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300억~400억원일 것 같다”며 “취임 이후 주식은 모두 처분했고 해외 주식만 조금 남아 있다”고 말했다.
정부·여당은 10·15 대책의 후속 조치로 공급 대책 마련에 속도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문진석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에서 (주택 공급 관련) 법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정부 법안으로 하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의원 입법으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문 원내운영수석은 이날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일몰제 폐지, 사업계획 승인 시 특별건축구역 지정, 건축물 높이 제한 완화 등이 담긴 공공주택특별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2030년까지 도심 내 공공주택 5만가구를 공급한다는 정부의 9·7 대책을 지원하기 위한 보완 입법이다.
아울러 정부·여당은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폐교 용지 등 도심 내 유휴용지 확보에도 총력을 다한다는 방침이다. 문 원내운영수석은 “집을 지을 수 있는 모든 땅은 다 검토 대상”이라며 “신도시를 조성해 주택을 공급하는 형식은 어느 정도 한계에 와 있다. 도심 내 유휴용지를 찾아 공급하는 것이 이재명 정부 주택 공급의 하나의 축”이라고 했다. 용지를 확보하기 위해 강남 지역 공공기관 이전, 폐교, 운전면허시험장 용지 활용의 가능성도 열어뒀다.
민주당은 이런 공급 대책을 한정애 정책위의장을 단장으로 하는 주택시장안정화 태스크포스(TF)를 중심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TF는 외부 전문가를 영입해 조만간 정식 발족할 전망이다.
한편 일각에서 나온 주택 보유세 인상에 대해 여당은 다시 한번 선을 그었다. 문 원내운영수석은 “세금 문제는 지금 논의할 시점이 아니라는 것이 당 지도부의 입장”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