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 3500억弗 담판 3대 쟁점 … ① 현금비중 ② 분납기간 ③ 수익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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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2. 오후 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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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前 마지막 관세협상
美, 3500억달러 분납 수용땐
韓, 현금비중 5% +α 가능
분할납부는 최대 10년 제안
韓기업 수혜받을 구조도 필요
정상회담 전까지 시간 부족
기본원칙만 담은 합의 전망도


김용범·김정관 訪美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오른쪽)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2일 인천국제공항에서 한미 관세협상 후속 협의를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고 있다. 한주형 기자


"마지막 일분일초까지 우리 국익이 관철되는 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이전에 사실상 마지막이 될 한미 관세협상을 위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미국으로 출국했다.

양국이 기본적 합의에는 도달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가운데 한국 협상팀이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몇 가지 변수가 남아 있다. 그간 한미 간 핵심 쟁점이었던 △펀드 중 현금 비중 △분할 납부 기간 △펀드 수익 배분 등에서 상당한 진전을 이끌어내는 것이 숙제라는 얘기다.

22일 관가 및 통상학계에 따르면 한미 관세협상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 할 부분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에서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다.

지난 7월 한미 관세협상 당시 한국 정부는 현금 투자 비율을 최대 5% 수준으로 책정하고, 나머지는 대출·보증으로 채울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미국은 전액 현금 투자를 약속한 일본 사례처럼 상당 부분 현금 투자를 압박했다. 처음에 100%에서 시작한 미국의 현금 투자 요구를 어디까지 낮출 수 있는지가 관건인 셈이다. 박태호 전 통상교섭본부장(서울대 명예교수)은 "현금 비중이 제일 중요하다"며 "한국이 연간 투자하는 국내 시설투자 금액이 800억~1000억달러 수준인데 이를 훨씬 넘어서는 수준을 미국에 투자하면 한국에 얼마나 타격이 크겠냐"고 말했다. 외환시장에도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고 박 전 본부장은 덧붙였다.



분납 기간 역시 한국의 투자 부담을 덜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다. 일각에서는 3500억달러(약 500조원) 투자펀드를 분할 투자하되 현금 투자 비중을 5%에서 더 높이는 방식으로 합의를 이룰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게 제기된다. 한국 정부는 대미투자펀드를 최대 10년간 나눠서 내는 방안을 미국에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이 1년에 부담할 수 있는 달러가 최대 200억달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다만 일본과 유럽연합(EU) 모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임기인 2029년까지는 투자를 완료하겠다고 약속해 우리가 제안한 10년을 관철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주요 쟁점에 대해 이견을 좁혀 나가는 과정에 있다"며 "정부 측은 국익 최우선 원칙에 따라 미국 측과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미투자펀드의 수익 배분도 장기적인 측면에서 한국에 중요한 쟁점으로 꼽힌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은 수익의 90%가 미국 몫이 된다고 했지만 한국 정부는 해석을 달리하고 있다. 협상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외환시장 리스크 외의 고민은 미국 제조업 재건을 위해 우리가 미국 공급망에 투자하는 상황에서 펀드 구조가 합리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한국 기업에도 투자 결과가 환류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내용이 한미가 체결한 관세 관련 양해각서(MOU)에 담겨야 하는데 지금으로선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로 인해 첫 투자합의서에서 수익 배분 비율 등 많은 부분을 양보한 일본보다는 기본적인 원칙을 담은 EU 사례에 가까운 형태로 합의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있다. 대통령실에서도 APEC 일정과 미국 압박이라는 외부 조건 때문에 쫓기듯 협상에 임해서는 안된다는 신중론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미국에서 우리에 양보를 요구하고 있는데 관세협상 합의문이 됐든, 양해각서나 팩트시트가 됐든 서명을 작성했다는 것만으로는 성과라고 할 수 없다"며 "세부 내용을 살펴봐야 유불리를 따질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결과물을 반드시 만들어내야 한다고 보고 있지는 않다"고 덧붙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도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신중론을 펼친 바 있다. 위 실장은 "희망을 갖는 것은 좋고, 진전이 있기를 바란다"면서도 APEC 정상회의가 관세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위 실장은 "정상이 만나는 계기가 양측 모두에 심리적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강인선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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