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6%나 떨어져
광산株·금ETF 직격탄
향후 전망 놓고 갑론을박
비트코인은 가격상승해
국제 금값이 하루 새 약 6% 하락하며 12년 만의 '최악의 날'을 맞이했다. 이에 미국 증시 내 금광주는 10% 내외로 폭락했고, 국내외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도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금의 경쟁 자산인 비트코인은 출렁이는 금값을 호재로 받아들였다.
21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대표적 금 현물 ETF인 'SPDR 골드 셰어스(GLD)'가 전날보다 6.43% 하락 마감했다. 2013년 이후 최대 낙폭이다.
금은 올 들어 60% 넘게 상승하며 투자자들의 '포모(FOMO·기회 상실 우려)'를 자극했고, 단기 고점을 형성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다.
전날까지만 해도 트로이온스당(1트로이온스=약 31.1g) 4400달러 선 돌파를 넘봤던 금값은 21일 한때 4100달러 밑으로 추락했다. 미국 정부의 셧다운 종료 기대감 등으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진 것도 금값 하락의 배경이 됐다.
금값이 떨어지자 뉴욕증시의 금광주들은 더 큰 낙폭을 보였다. 21일 대표 금 채굴 기업인 뉴몬트는 전날 대비 9.03% 떨어졌다. 킨로스골드(-11.03%), 휘턴프레셔스메탈(-9.1%), 아그니코이글(-8.57%)도 하락했다.
은 현물도 장중 7.6% 하락했다. 이에 은 채굴 기업 주가도 폭락했다. 퍼스트마제스틱실버(-11.22%), 쾨르마이닝(-16.11%), 팬아메리칸실버(-9.96%) 등이 하락했다.
금은 광산주를 모아놓은 대표 ETF '반에크골드마이너스(GDX)'와 '글로벌엑스실버마이너스(SIL)'는 각각 9.42%, 10.86% 추락했다.
금은 광산주는 '영업 레버리지' 효과에 힘입어 올해 현물 가격보다 더 높은 상승률을 기록해왔다. 영업 레버리지란 인건비와 같은 고정비용이 유지되는 상황에서 매출액의 증감 변화에 따라 영업이익 변동 폭이 더 커지는 효과를 말한다.
그러나 이날은 광산주의 영업 레버리지 효과가 도리어 주가 낙폭을 키우는 '양날의 검'으로 작용했다.
금값은 혼조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금 시장의 주요 매수자로 지목되는 인도인들은 연례 축제인 '디왈리'를 마치고 귀금속 수요를 줄일 전망이라 금값이 상승 동력을 잃을 수 있다고 평가된다.
다만 올해 금 랠리를 놓친 투자자들이 저가 매수 기회를 노리는 경우 트로이온스당 4000달러 선에서 금값이 지지를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원화로는 g당 약 18만4000원 선이다.
국내에서 김치 프리미엄(국내 가격과 국제 가격 간 괴리율)이 높은 금 관련 금융 상품을 매수한 투자자들의 수익률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22일 국내 증시에서 전일 대비 'ACE KRX금현물'은 5.73%, 'TIGER KRX금현물'은 5.32%, 'SOL국제금'은 4.04% 각각 하락했다. 김치 프리미엄은 투자심리가 과열되는 상승기에는 높아지고 하락기엔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
그동안 국제 금 가격이 고공행진하면서 지난주 16%까지 올랐던 김치 프리미엄은 이날 3.7%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국내 금 가격이 고평가된 시점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은 국제 금값 하락분 이상의 손실을 보게 됐다.
코스콤 ETF CHECK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 개인투자자들은 ACE KRX금현물을 1250억원, TIGER KRX금현물을 770억원 순매수했다. 김치 프리미엄 영향을 받는 ETF를 다른 국제 금 ETF보다 더 많이 순매수한 것이다.
한편 올 들어 금과 지속적으로 엇갈린 흐름을 보이는 비트코인은 금값 급락에 일시적으로 크게 반등했다. 비트코인은 21일 뉴욕증시 개장 초반 10만8000달러대에서 장중 11만3500달러로 4.67%가량 튀어올랐다. 다만 이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과 정상회담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내면서 상승폭을 대거 반납했다.
안전자산인 금은 유동성을 선행하고, 위험자산인 비트코인은 후행하는 특징이 있다. 이에 앞으로는 금보다 비트코인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재원 기자 / 김제림 기자 / 최근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