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적 90일 단기체류 시급
구금 피해자들에 깊은 위로"
지난달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의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와 관련해 조지아주가 연방정부에 새로운 비자 도입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금보다 대폭 간소화한 '제조업 비자(Manufacturing Visa)'를 도입해 한국 기업의 애로를 해소하자는 취지다.
23일부터 사흘간 한국을 방문할 예정인 브라이언 켐프 조지아 주지사(사진)는 출국 직전인 21일(현지시간) 매일경제와 전화 인터뷰를 하면서 조지아주 구금 사태에 대해 "피해를 입은 근로자와 한국민들에게 깊은 위로를 전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켐프 주지사는 한국의 숙련된 인력이 미국 현지에서 제조 시설 구축을 원활히 지원할 수 있도록 제조업 비자를 도입하는 방안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논의했다고 전했다.
그는 제조업 비자에 대해 "한국 근로자들이 제조업 분야에서 최장 90일 정도 단기 체류가 가능한 합법적 절차를 만드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그들이 핵심 장비를 설치하고, 해당 장비의 사용법을 직원들에게 교육한 뒤 한국으로 돌아가 평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켐프 주지사는 새 비자의 도입 절차나 한국 기업에만 한정되는 것인지 등은 언급하지는 않았다. 호주는 2004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면서 별도 입법을 통해 매년 호주 국적 전문직에 적용되는 비자(E-3 비자) 쿼터를 제공하고 있다.
미 연방 하원에는 이와 비슷한 형태로 한국인 전문직 취업비자(E-4) 도입 법안(한국동반자법)이 계류 중이다. 켐프 주지사는 한국인 구금 사태에 대해 "연방 차원의 작전이었다"면서도 "사건 이후 알게 된 문제점과 우려가 오히려 나쁜 상황을 좋은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한국 찾는 조지아 주지사, 현대차 등 재계 회동 예정
지난 9월 조지아주에서 벌어진 한국인 근로자 구금 사태 이후 브라이언 켐프 주지사가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매일경제가 처음이다.
당시 이민세관단속국(ICE)과 국토안보수사국(HSI) 요원들은 조지아주 앨러벨의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을 급습해 한국 국적 근로자 300여 명을 포크스턴 구금시설에 구류했다. 구금된 한국인 근로자들은 일주일여 만인 지난달 11일 석방돼 정부가 마련한 전세기를 이용해 귀국했다.
이후 한국과 미국 정부는 '비자 워킹그룹'을 가동해 미국 비자제도 개선 방안 등을 논의하고 있다.
비가 온 뒤 땅이 더 단단해지는 것처럼 켐프 주지사는 "연방 작전에 휘말린 개인들의 상처받은 감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우리는 현대차·LG·한국과 오랜 관계를 유지해왔고 불행한 사건을 바탕으로 미래를 구축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고 소회를 밝히기도 했다.
그는 "비자제도 개혁(Visa System Reform)이 필요하다고 확신하며 한국의 파트너들에게 듣는 의견을 연방정부에 전달하기 위해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한국의 기술 전문가들이 미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조지아주와 미국 모두에 지속적인 성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한국 기업을 유치하며 얻은 성과에 대해 그는 "A+이고, 10점 만점에서 10점"이라고 자평했다.
사흘간의 방한 일정 중 그는 현대차그룹을 비롯해 한국 재계와 광폭 접촉에 나설 예정이다. 재계와 외교가에 따르면 그는 23~24일 장재훈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과 잇따라 회동하며 현지 투자 방안을 협의한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서울 한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