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건전한 가격 조정…상승 요인 여전”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간밤 시카고파생상품거래소그룹(CME) 산하 금속선물거래소 코멕스(COMEX)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은 전일대비 5.7% 내린 온스당 4109.1달러(약 587만 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3년 이후 일간 기준 12년 여만에 최대 낙폭이다.
전날 금값은 장중 낙폭을 6%대로 키웠다. 지난 21일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가격은 이날 미 동부시간 오전 11시 현재 온스당 4140.0달러(약 591만 원)로 전장 대비 5.03% 하락 거래됐다.
지난 20일까지만 해도 국제 금 가격이 현물 기준으로 온스당 4381달러(약 626만 원)까지 뛰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가파른 랠리를 지속했지만, 불과 하루만에 급락세로 전환한 것이다.
‘김치프리미엄’(국제 금값보다 국내 금값이 더 높아지는 현상)을 받던 국내 금거래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이날 오후 2시 50분 한국거래소 금시장에서 금 1g당 가격은 전일대비 1만540원(5.04%) 내린 19만837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최근 미국 주요 기업들이 호실적을 발표하며 투자심리가 회복되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약화된 데 더해 복합적 요인이 맞물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단기 과열된 금 시장에서 차익 실현의 빌미를 제공한 요소로는 ▲이번주 말 미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둔 경계심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해제 가능성 ▲APEC 정상회의(미·중 정상회담을 통한 무역 갈등 완화) 기대감 ▲달러지수 상승 등이 꼽힌다.
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하락 전환했다. 현재 국내에서 상장된 금 ETF 중 가장 규모가 큰 ‘ACE KRX금현물’의 수익률은 이날 4.67% 감소했다. 해당 상품의 수익률은 이달 들어 최대 6.01%까지 올랐지만, 지난 20일(-5.45%)부터 하락 전환해 3거래일 연속 약세를 보이고 있다.
같은 날 ‘KODEX 골드선물’과 ‘TIGER KRX금현물’의 수익률도 각각 4.31%, 4.68%씩 4%대 내림세를 보였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미 연준의 금리인하에 따른 실질금리 하락, 다양한 불확실성 리스크, 화폐 가치 하락에 대비한 투자전략으로 지칭되는 ‘디베이스먼트 트레이드’, 그리고 중국을 위시한 중앙은행의 금 수요 확대 등이 장기 금 가격 랠리를 지지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 과열 해소를 위한 건전한 가격 조정일 뿐 금·은 등 귀금속 섹터의 방향성을 좌우하는 펀더멘털 훼손 가능성은 부재하다”며 “연준 주도의 통화정책 ‘완화’ 기조 하에서 강세 사이클(Bull Cycle)이 전개되는 귀금속 섹터 투자에 대한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황 연구원은 올해 남은 기간과 2026년 말까지 금 가격 예상 범위를 온스당 3900~5000달러(약 557만~715만 원)로 상향 조정하고, 단기적으로 불가피한 가격 조정은 ‘저가 매수 기회’로 활용할 것을 권고했다.
황 연구원은 “미국 경제가 직면하고 있는 양방향 리스크(고용 시장의 하방 위험과 인플레이션 상방 위험) 속에서 대표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 자산인 금과 귀금속 섹터의 수혜는 계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