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美日中 정상, 경주서 릴레이회담 … 세계 통상질서 '새판' 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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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1. 오후 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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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주 아세안·APEC 슈퍼위크
글로벌 정상·CEO 총력외교전




이재명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 등 주요국 정상 21명이 다음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경주를 찾아 치열한 외교전을 펼친다. 이번 APEC 회의는 전 세계가 미국발 관세전쟁을 치르며 정상 외교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열린다. 또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6년 만에 대면 정상회담을 한다는 점에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여기에 다카이치 총리도 취임 후 처음으로 경주에서 시 주석과 중·일 정상회담을 할 가능성이 높아 경주에서 전 세계 통상 질서와 경제 협력의 새판이 짜일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21일 정부와 외교가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9일, 시 주석과 다카이치 총리는 30일에 각각 경주를 방문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1박2일간 경주에 머물면서 최고경영자(CEO) 서밋과 한미 정상회담, 미·중 정상회담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시 주석과 다카이치 총리는 각각 2박3일간 한국에 머물며 양자·다자 정상 외교에 나선다. 사실상 정상 외교 슈퍼위크가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 이후 20년 만에 한국에서 펼쳐지게 된다.

이 중 전 세계의 시선이 집중될 외교 일정은 나란히 한국을 국빈방문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담판이다. 두 번째 임기를 맞은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을 처음으로 대면할 장소로 한국 경주를 택했다. 미·중 정상이 직접 무역·관세 협의에 나설 예정인데, 합의 도출 여부와는 상관없이 전 세계에 미치는 경제·정치적 영향이 매우 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주 APEC 회의를 계기로 미·중 갈등이 해소 국면에 접어들면 세계 물가가 둔화 흐름에 들어서고 공급망이 안정화될 전망이다.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할 경우에는 정반대 효과가 발생한다. 정상회담에서조차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세계 경제 불확실성이 이전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훌륭한 무역협정을 맺을 것이며, 양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환상적일 것"이라면서도 "협정이 체결되지 않으면 11월 1일부터 (중국산 수입품 관세가) 잠재적으로 155%까지 인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총리의 첫 중·일 정상회담 장소도 경주가 될 전망이다. 중·일 정상회담에선 상호 투자 확대, 공급망 안정, 첨단기술 분야 협력, 무역 규제 완화, 희토류 공급 문제 등이 주요 의제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또 센카쿠(댜오위다오) 등 동중국해 영유권 문제 등 영토 관련 민감한 현안이 논의되고 북핵 위협 관련 협력이 이뤄질 수도 있다.

이번 슈퍼위크는 한국으로서도 통상·안보 현안 논의를 진전시킬 절호의 기회다. 이 대통령은 29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것이 유력하다. 양 정상은 이번 만남을 통해 관세협상 과정에서 한미 양국이 입장을 좁히지 못한 현안에 대한 대타협을 시도할 전망이다. 이른바 '톱다운식 일괄 타결'을 모색하는 것이다. 또 지난 7월 말 관세협상 타결 이후 문서화하지 못한 양국 간 합의 내용을 정상 간 합의문에 담을 전망이다.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를 위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관련 합의도 도출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11년 만에 국빈방한하는 시 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중국의 협력을 이끌어내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관계의 안정적 관리와 한반도 평화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가능성이 크다. 한중 정상회담은 다음달 1일 개최가 유력하다.

무비자 입국 기간을 연장해 민간 교류를 활성화하는 방안도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한한령(한류 문화 금지령)'도 해제될 수 있다. 한반도 이슈를 놓고는 북·중 관계가 회복되고 있는 데다 미·북 대화가 재개될 움직임을 보이면서 중국 역할이 중요해졌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외교 이벤트가 펼쳐질 가능성도 점쳐진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기간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전격 회동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미국은 성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부 당국자들이 관련 사항을 비공개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에선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한국 정부는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도 "북한 문제에 대해선 미국과 실시간으로 협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월 31일~11월 1일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는 한국을 포함한 21개국 회원국이 자유무역을 지지하는 '경주 선언'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이 자리에서 한·중·일 3국 정상이 회동하는 모습이 연출될 수도 있다.

아시아·태평양을 이끄는 글로벌 기업인들의 비즈니스 외교도 경주에서 펼쳐진다. 대표적인 빅샷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다. 오는 28~31일 열리는 APEC CEO 서밋에는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 CEO,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리판룽 시노켐 회장, 쩡위췬 CATL 회장 등이 나선다. CEO 서밋에만 국가 정상급 인사 16명과 글로벌 기업 CEO 1700여 명이 참석한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APEC 정상회의 본회의에는 불참하지만 CEO 서밋에는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이 대통령은 26~27일 말레이시아에서 열리는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슈퍼위크 첫발을 뗀다. 아세안 정상회의에는 트럼프 대통령도 참석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태국·캄보디아 평화 협정 서명식을 주재하기로 했다. 중국 측에선 시 주석이 아닌 리창 국무원 총리가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성승훈 기자 /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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