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 주차자리 맡으면 고과 잘받아”…눈치·복종이 전부라는 ‘이 지역’ 공직

송민섭 기자
입력
수정 2025.10.23. 오후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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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도청 등 폭로 잇따라
상사 주차장까지 맡아준다
행사 의전문화 여전한 현실
복종징계 전국 최다 ‘경고음’


전남도청. 전남도 제공.
전남도청 등에서 각각 공무원 노조게시판을 통한 내부 폭로가 이어지고 있다. 직원들은 여전히 ‘권위주의’에 묶인 조직문화와 고위 간부의 갑질 관행에 지쳐 있다며 “시민을 위해 일하는 공직자가 아니라, 누군가의 편의를 위해 존재하는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전남도청 공무원 노조 게시판에는 최근 간부급 공무원을 비판하는 글이 연이어 게시됐다. 20년 가까이 근무한 한 공무원은 노조게시판에 “요즘 도청 안에는 한숨이 많다”며 “도민을 위한 일보다 누군가의 이름을 드러내기 위한 홍보성 업무가 더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순수 도민 업무만 해도 초과근무 없이는 어렵다”며 “행사, 보고자료, 의전 준비가 일상이 돼 버렸다. 정신적 피로가 극심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누군가는 상사의 차량을 대주고, 커피를 타주며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이런 구조 속에서 진짜 열심히 일하는 사람만 손해 본다”고 했다. 그는 “감투를 쓴 간부들이 학업이나 개인 일정에도 주무관을 동원한다”며 “이 조직에서 일의 의미를 잃었다”고 토로했다.

한 직원은 “시민을 위한 축제라면 간부도 시민들과 똑같이 일찍 와서 자리를 잡는 게 당연하지 않느냐”며 “직원들에게 미리 앞자리를 맡아두라 지시했다니 정말 기가 막힌다”고 분노했다.

또 다른 공무원은 “3년째 매주 월요일마다 먼저 출근해 상사의 주차장 자리를 확보해두는 직원이 있다”는 폭로가 나왔다. 글쓴이는 “이런 관행이 반복돼도 문제 삼지 못한다. 오히려 근무평정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며 “공직사회가 여전히 ‘눈치와 복종’이 우선인 구조”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런 낡은 문화가 행사 현장과 일상 곳곳에서 반복된다면, 아무리 조직문화 혁신을 외친들 공허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통계도 전남 공직사회의 경직된 복종문화를 뒷받침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상식 의원이 행정안전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2024년 전국 지방공무원 복종의무 위반 징계 177건 중 전남이 72건(40.6%)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2023년에는 전체 115건 중 전남이 49건(42.6%)을 차지했고, 2024년에도 전체 62건 가운데 전남이 23건(37.1%)으로 여전히 1위를 기록했다.

이상식 의원은 “공무원의 복종의무는 상급자의 정당한 지시에 따를 의무지만, 특정 지역에 징계가 집중된 것은 단순한 개인 일탈로 보기 어렵다”며 “복종의무가 조직 내 위계질서 유지라는 명목으로 ‘위압의 수단’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행정안전부가 지자체별 징계사유를 정기 점검하고, 복종의무 조항 개정을 통해 건전한 공직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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