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든 가능한 비대면진료 의미에 반해
연휴 10만건 진료 중 73%는 타지역 선택
20일 원격의료산업협의회에 따르면 ‘닥터나우’와 ‘나만의닥터’ 등 주요 플랫폼의 진료 이용 건수는 지난 3일부터 12일까지 열흘간 총 9만6537건으로 집계됐다. 일평균 약 9600건으로, 지난해 추석 연휴(2024년 9월 14~18일·총 1만5353건) 일평균 3000건보다 3배 이상 늘었다.
진료 과목별로는 산부인과가 24.9%로 가장 많았고 내과(23.6%), 소아청소년과(22.1%), 이비인후과(7.3%) 순이었다. 명절 특성상 장거리 이동과 음식 준비 등으로 피로가 누적된 여성들의 진료 수요가 늘었고, 기온 변화와 장시간 실내 생활로 감기나 알레르기 증상을 호소하는 소아 환자도 증가한 영향으로 분석된다.
증상별로 보면 알레르기·발진·여드름 등 피부 질환이 29.4%, 감기·몸살·비염 등 호흡기 질환이 17.3%, 안구건조·결막염 등 안과 질환이 7.6%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환자가 위치한 지역과 진료받은 의료기관의 지역이 다른 ‘타 지역 진료’ 비율이 전체의 73%에 달했다는 것이다. 명절 귀성이나 여행, 출장 등으로 타 지역에 머물면서도 기존 의사나 선호 병원을 찾는 수요가 크다는 점을 보여준다.
문제는 이러한 현실과 맞지 않는 권역제 조항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비대면진료 법안에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인구 분포와 의료 접근성 등을 고려해 권역을 지정하고, 의료기관이 해당 권역 내에 있어야만 비대면진료를 허용하도록 규정했다.
사실상 환자가 다른 지역의 병원과 연결되는 것을 금지하는 셈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다음달 비대면진료 관련 법안 심사를 재개할 예정이다.
“유연한 제도 설계가 필요”
업계에서는 권역제 도입 시 의료 사각지대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한다. 출장, 학업, 간병 등의 사유로 타 지역 체류가 빈번한 현실에서 주소지 기준으로 진료를 제한하면 환자의 의료 선택권이 사실상 박탈된다는 것이다. 이슬 원산협 공동회장은 “거주지를 주민등록상 주소로 볼지, 실제 체류지로 볼지가 모호하다”며 “환자가 제때 진료받을 수 있도록 유연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비대면진료를 시행 중인 한 내과 전문의도 “환자가 어디에 있든 본인이 신뢰하는 의사를 선택할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며 “비대면진료의 핵심은 시공간의 제약을 해소하는 데 있는데, 지역 제한은 제도의 취지를 무력화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0시를 기점으로 비상진료 체계가 공식 해제되면서 비대면진료는 다시 시범사업 체계로 전환됐다. 기존대로 초·재진을 구분하지 않고 시간대 제한 없이 진료를 이어 갈 수 있지만 월별 진료 건수의 30% 제한과 병원급 의료기관 참여 제한 등 두 가지 규정이 부활했다. 복지부는 오는 23일 자문단 회의를 열고 향후 운영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김국일 보건의료정책관은 “진료 방식은 대부분 그대로 유지하되, 월별 진료 건수의 30%를 초과해 비대면진료를 시행할 수 없도록 한 ‘30% 룰’을 복원하고 의원급 중심으로 운영하도록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