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억불 선납 반드시 막아야…트럼프 마음 돌릴 선물 꾸러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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訪美 통상협상단 4인 대미투자 타결 총력전

美상무부 간 김용범·김정관
러트닉장관 만나 2시간 협상

구윤철 “외환사정 美에 설명”
대미 투자기간 확대에 초점

정부, 선납 고수 트럼프 감안해
美경제 기여할 추가 선물 준비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 위치한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대화하고 있다. [기획재정부·연합뉴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현지시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을 만난 데 이어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이 16일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과 두 시간 동안 협상을 벌이는 등 한국과 미국이 관세·무역 협상 최종 타결을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한국 협상팀은 미국 각료들을 만나 3500억달러(약 500조원) 규모로 조성될 대미투자펀드의 ‘선불 투자’ 문제를 집중 협의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한국 측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실무협상 결과를 승인할 것을 염두에 두고 마스가(MASGA·조선업 협력) 조기 실행, 미국산 대두 수입 확대 등 추가적인 ‘선물 꾸러미’도 준비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측은 한국이 대미 투자금을 단기간에 완납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투자금을 가리켜 ‘선불(up front)’이라고 표현한 바 있는데, 이는 자신의 남은 임기인 3년 반을 의미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 측은 막대한 금액을 단기간에 달러화로 미국에 투자할 경우 원화가치가 급격하게 절하되는 등 외환시장 안정성에 큰 위기가 발생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외환시장을 안정화하기 위해 통화스왑을 체결하거나 원화로 투자금 일부를 조달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 같은 방식에도 부작용이 예상된다.

따라서 투자 기간을 ‘선납’ 방식 대신에 최대한 장기화할 수 있도록 펀드 구조를 만드는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원화를 활용하는 방안 등도 같이 테이블에 올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 부총리는 이날 미국 워싱턴DC의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특파원단과 만난 자리에서 ‘외환 안정성이 확보되면 3500억달러를 투자하는 데 걸림돌이 없느냐’는 질문에 “3500억달러 투자를 어떻게 할지 그 스킴(scheme·계획)에 따라 외환 안정성을 점검해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3500억달러를 선불로 하게 되면 외환 안정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고, 그 스킴에 한국 입장이 충분히 반영돼 외환시장에서 영향이 작아진다면 저희가 보완해야 할 사항은 적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외환시장 안정성에 대한 대응 방안을 먼저 논의하기보다 투자 기간·구조를 우선적으로 확정해야 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미투자 패키지에서 현금·지분투자, 대출·보증의 비중, 투자 적합성 판단 등에 협상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것이다. 뒤집어 보면 가장 핵심적인 쟁점에서도 아직 협상이 타결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에 한국 측 협상팀은 미국 측에 이와 관련해 적극적으로 설득에 나섰고, 미국 측 고위 관계자들도 일정 부분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전해진다.

구 부총리는 “외환 사정상 한국이 그렇게 하기 어렵다는 것을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에게 말했고 베선트 장관은 한국이 한꺼번에 선불로 내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베선트 장관에게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 등 행정부 내부에 (한국 입장을) 이야기해 달라고 요청했고, 충분히 설명하겠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구 부총리는 3500억달러 투자 시기를 최대 10년으로 분할하고 원화로 투자금을 조달하는 방안을 양국이 논의 중이라는 일부 보도에 대해선 “처음 듣는 이야기”라고 선을 그었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앞줄 오른쪽)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청사에서 나오고 있다. 김 실장 뒤로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과 여한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 등이 함께 문을 나서는 모습. [사진 = 연합뉴스]
김 실장과 김 장관, 여 본부장도 이날 저녁 러트닉 장관 등과 2시간가량 진행한 협의에서 3500억달러 대미 투자와 관련한 이견 조율을 시도했다. 김 장관 등 한국 협상단은 오후 6시 40분께 상무부 청사에 도착해 오후 9시 30분께 상무부 건물을 나섰다. 실제 회담은 2시간 정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행정부의 의사결정 구조를 보면 트럼프 대통령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이를 감안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의 책상’이 결국 한미 협상의 최종 관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 스스로 ‘선불’을 언급했던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적으로 성과를 과시할 수 있는 ‘선물 보따리’가 최종적인 방향을 좌우할 수 있다는 의미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의 미국산 대두수입 중단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은 만큼 한국의 대두 수입 확대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족시킬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꼽힌다. 정치적으로도 미국 대두 농가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강력한 지지 기반이다. 이날 구 부총리는 미국산 대두 수입과 관련해 “협상 과정 중이라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중국이 최근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국이 수입을 늘려주면 미국 측에는 호재가 된다.

이와 함께 반도체·원자력·2차전지 등 미국의 경제안보 분야에 한국이 더 기여하는 방안도 중요한 카드가 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지난 8월 말 한미 무역 합의에서 한국의 대미투자액 가운데 1500억달러는 조선업 프로젝트에, 2000억달러는 반도체·원자력·에너지·2차전지·바이오 등 경제안보 분야에 투입된다고 설명했다. 이들 산업 분야 모두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내에서 ‘부활’을 염원하는 산업인 데다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통제 확대 조치에 미국과 한국이 공동 대응하는 방안도 보조 수단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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