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도 시장은 마음대로 통제 못해”
미국 경제성장에 정책 여파 제한적 예상
비트코인에는 “고위험자산” 부정평가
루비니 교수는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2025 뉴욕 글로벌 금융 리더 포럼’에서 지난 4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한 관세정책이 ‘시장 규율(Market Dicipline)’로 조정된 사례를 언급했다. 그는 “만약 지난 4월 2일 발표된 관세가 실제 시행됐다면 미국 내 인플레이션 급등과 세계 경제 침체를 초래했을 것”이라고 말한 후 “하지만 나쁜 정책에는 제약이 따른다”고 했다.
그가 말한 ‘제약’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루비니 교수는 “무분별한 정책을 잡아주는 요소는 시장 규율,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독립성, 훌륭한 경제 자문가가 있는데, 이 중 시장 규율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시장 규율은 정치인들 발언이나 정책이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경우 시장이 반응하고 경제적 압력도 가함으로써 정치인들이 결국 물러서는 힘을 의미한다. 실제 트럼프 정부는 대규모 관세정책을 발표했지만, 미국 증시가 폭락하는 등 시장 충격이 너무 커지자 결국 정책을 조정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 공화당, 대법원 및 심지어 소셜미디어까지 통제할 수 있지만 그가 통제할 수 없는 게 하나 있는데 바로 시장”이라고 강조했다.
루비니 교수는 또 미국의 잠재성장률이 2030년까지 4% 수준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닥터둠’의 전망치고는 낙관적이다. 그는 “미국 민간 부문의 역동성이 너무 강력해 미키 마우스가 미국 대통령이 돼도 4% 성장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농담을 섞어 얘기했다. 워싱턴DC에서 벌어지는 무역·관세정책 등이 인공지능(AI) 등 기술 주도 산업이 이끄는 미국 경제 성장에 주요 변수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을 우회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때문에 현재 미국 주식시장이 고평가됐다는 주장에 루비니 교수는 이견을 보였다. 그는 “주식시장에서 미국 예외주의는 끝나지 않았다”며 “오히려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4%로 높아지면 더 강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닷컴버블과 지금은 완전히 다르다”며 “당시에는 수익도, 사업계획도, 매출도 없는 기업이 많았지만 매그니피센트7(M7)은 매출과 이익을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급등세를 이어 가는 금값에 대해서도 루비니 교수는 “금은 유일한 제재 불가능한 준비자산(reserve asset)으로 미국에 적대적이거나 2차 제재를 우려하는 나라들이 보유 중인 외환자산을 점자 금으로 바꾸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재정 우위 상황에 대한 헤지 수단으로 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진 점도 함께 꼽았다.
반면 비트코인에 대해선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루비니 교수는 “비트코인은 흔히 ‘디지털 금(Digital Gold)’이라고 불리지만 현실은 정반대”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미국과 중국이 새로운 무역전쟁을 시작할 것’이라는 루머가 돌자 비트코인은 단 12시간 만에 20% 폭락했다”며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이 아닌 고위험자산으로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화폐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비트코인 가격이 더 오를 수도 있지만 결코 기존 화폐 시스템이나 핀테크 결제망을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스테이블코인,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등에 대해서도 그는 “디지털 형식으로 된 법정 화폐의 복제”라며 “혁명이 아닌 진화 정도”라고 평가했다.
“한국 대통령과 대화할 기회가 있다면 미국과의 관세 문제에 대해 어떻게 조언을 하겠느냐”는 질문에 루비니 교수는 “저는 믿지 않지만 한국이 미국에 무임승차하고 있다는 게 미국 정부의 현재 입장”이라며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이 안보 비용을 더 부담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답했다.
또 루비니 교수는 “미국에 투자를 더 많이 하라”며 “상징적으로든 실질적으로든 한미 동맹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다만 그는 “최근 잡음에도 미국과 한국의 관계는 계속 강력하고 견고하게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