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답 정해놓고 막지 말고
일단 된다는 마인드 전환을”
줄기세포 치료대상 확대하고
의약품 심사기간 대폭 줄여
신약 240일내 허가 체계로
지상파 방송 광고규제 완화
이 대통령은 이날 제2차 핵심 규제 합리화 전략회의를 열어 “경제를 회복하고 민생을 강화하려면 기업활동·경제활동이 활성화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며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핵심 의제가 규제 합리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료제와 이해관계 충돌을 규제 원인으로 지적하며 개선 의지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원칙적으로 허용한다는 관점으로 모드를 전환했으면 좋겠다”며 “네거티브 방식으로 해야 된다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말”이라고 말했다. 이어 “구더기가 생길까봐 장을 담그지 말자고 할 게 아니라 구더기가 안 생기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관가를 향해서는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이 대통령은 “첨단산업 규제는 공직자들이 최고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미리 답을 정해놓고 ‘이거 말고는 안 돼’라고 하면 사회 발전을 가로막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일단 된다는 쪽으로 마인드를 전환할 것을 주문했다.
규제를 혁파해 바이오·에너지·문화산업 성장 발판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이날 회의에선 △새로운 성장동력 K바이오(식품의약품안전처) △탈탄소 녹색문명 대전환(기후에너지환경부) △K컬처(문화체육관광부)를 주제로 논의가 이뤄졌다.
이 대통령은 바이오·에너지·문화산업이 ‘진짜 성장’을 이끌 것이라며 민간 창의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규제 완화를 주문했다. 그러면서도 규제 완화가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비치며, 이럴 때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통해 영업이익의 몇 배 이상을 토해내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의료 데이터 악용에 대해서는 “원천적으로 봉쇄할 방법은 없지만 돈 버는 것이 불가능하게 만들면 된다”며 “영업이익에 곱하기 2배를 해서 징벌하면 된다”고 말했다. 또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영농형 태양광 사업자로 등록하면 농사 소출 금액 이상을 과징금으로 부과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날 회의에선 바이오헬스 규제를 놓고 심층 토의가 이뤄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의약품 심사·허가 절차 △첨단재생의료 제도 △사망자 의료 데이터 활용 등 핵심 규제를 전면적으로 손질하기로 했다. 행정 절차를 유연하게 조정하고 산업 현장 요구를 반영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의약품 심사·허가 절차는 순차 심사에서 ‘동시·병렬 심사’로 전환된다. 기존에는 소수의 심사자가 방대한 자료를 단계별로 검토해 심사 기간이 길었지만 앞으로는 연구개발(R&D) 단계부터 허가까지 맞춤형 규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신약 후보물질 단계에선 국가 과제가 관련 법규를 충족하는지 미리 검토하고, 임상시험 전에는 식약처와 사전 상담을 통해 필요한 보완사항을 조기에 점검한다. 허가 심사 단계에서도 서류 심사에 그치지 않고 대면 보완회의를 열어 신속하게 허가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심사 기간을 현재보다 대폭 단축해 신약을 240일 내에 허가하는 체계를 구축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심사 수수료 인상과 인력 확충을 병행한다.
첨단재생의료 규제도 완화한다. 올해 2월 첨단재생바이오법 개정으로 줄기세포 치료가 가능해졌으나 중대·희귀·난치질환으로 한정돼 환자들이 여전히 원정 치료를 떠나는 실정이다. 난치질환 정의가 불분명하고 중위험 연구에도 고위험 수준의 전임상 자료를 요구하는 등 과도한 규제가 문제로 지적됐다.
정부는 난치질환 여부를 개별 사례에 따라 유연하게 판단해 만성통증, 근골격계 질환 등으로 치료 대상을 확대하는 가이드라인을 연내에 마련하기로 했다. 수요가 많은 질환을 대상으로 정부 주도 임상연구를 2026년부터 추진하고, 중위험 연구계획 심의 시 고위험 수준 치료는 원칙적으로 요구하지 않도록 내년 3월까지 관련 지침을 개정한다.
의료 데이터 활용 규제도 완화하기로 했다. 신약 개발과 조기 진단 연구에 필수인 사망자 의료 데이터 활용 가이드라인을 연내에 명확히 제시해 현장 혼란을 줄일 방침이다. 비식별화 기준과 판단 절차를 구체화해 연구기관이 법적 불안 없이 데이터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국민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를 산업계에서도 원활히 활용할 수 있도록 원격 분석 시스템 또한 도입하기로 했다. 시범사업은 2026년 상·하반기에 나눠 추진된다. 이 밖에 에너지 산업 진흥을 위해 태양광과 폐자원 수입 규제 합리화도 논의했다.
정부는 농업진흥지역이 재생에너지지구로 선정되면 발전사업을 허용하고 농지 사용 기간을 23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내년 상반기에는 핵심 광물 수출을 위해 폐자원 수입 절차를 간소화하고 관세도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문화산업 세제 지원 방안 역시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