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금리인하 전망속 달러 약세
글로벌 불확실성 겹치며 급등
국내상장 금ETF에는 뭉칫돈
한달 수익률 30% 넘는 상품도
금값 추가상승 관측 우세 불구
단기과열 경계 목소리도 커져
국제 금값이 사상 처음으로 트로이온스당 4000달러를 넘어서며 고공행진하고 있다.
미국 기준금리 인하 전망 속 달러 약세가 이어지고, 글로벌 불확실성까지 겹치면서 대표적 안전자산인 금 수요가 자극된 결과로 풀이된다.
정치·경제 불확실성이 해소되기 전까지 상승 흐름이 쉽사리 꺾이진 않으리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금 테마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에 상장된 금 테마 ETF는 연일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전일 기준 'ACE KRX금현물'은 직전 거래일 대비 4.49% 상승했고, 'TIGER KRX금현물'도 4.7% 올랐다.
이들 상품의 지난 한 달 수익률은 각각 31.56%, 32.4%에 이른다. 같은 기간 금 선물 가격과 연동된 'KODEX 골드선물(H)'과 'TIGER 골드선물(H)'도 각각 12.06%, 12.12% 오르며 안정적인 흐름을 이어갔다.
장기 성과도 두드러진다. ACE KRX금현물 ETF는 올 들어 70%에 육박하는 수익률을 기록 중이며, 올해 6월 상장한 TIGER KRX금현물 ETF 역시 상장 이후 누적 수익률이 40%를 웃돈다.
자금 유입 속도도 빨라졌다. 지난 13일까지 한 달간 ACE KRX금현물 ETF에는 3856억원이 들어오며 전체 ETF 순유입액 4위를 기록했다.
TIGER KRX금현물 ETF에도 2383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최근 3개월간 두 종목에 들어온 자금은 1조원에 근접한다.
금 가격은 지난 7일 사상 처음으로 4000달러를 돌파한 이후 가파른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지난 14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 선물 종가는 트로이온스당 4163.4달러를 기록했다. 금 가격은 2023년 13.5%, 2024년 27.5% 오른 데 이어 올 들어서만 50% 이상 급등했다. 이러한 급등세는 제2차 오일쇼크로 극심한 인플레이션이 나타난 1979년 이후 처음이다.
상승 배경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달러 약세,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올해 1월 출범한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관세 전쟁' 등으로 글로벌 불확실성을 키웠고, 이달 1일 미 연방정부 셧다운이 현실화하면서 안전자산 선호를 한층 자극했다.
지난달 연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리고 연내 두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점도 금값 상승에 힘을 보탰다. 통상 달러 가치가 약세일 때 금값은 강세를 보인다.
각국 중앙은행의 금 매입 수요도 꾸준히 이어지는 모습이다.
최예찬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급격한 인플레이션을 겪은 주요 신흥국과 달러 자산 동결에 대한 리스크를 인지한 비서방국가들이 금 매입을 늘리기 시작했다"며 "각국 중앙은행의 금 투자 심리는 여전히 긍정적이며 내년까지도 든든한 금 매수 주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각국 중앙은행의 금 보유 확대, 미국 기준금리 인하 등을 근거로 내년 말 금 가격 전망치를 4900달러로 올려잡았다.
금값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지만 단기 과열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서 시장 조정 가능성을 경고하기도 했다. 강현기 DB증권 연구원은 "향후 금 가격이 격변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금리 인하 국면에서는 안전자산 간 경쟁에서 금이 미 국채에 밀릴 가능성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짚었다.
국내 금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높은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올 들어 월평균 1% 안팎에 머물던 김치 프리미엄은 지난달 30일 11.7%, 이달 14일에는 16%까지 치솟았다.
실제로 국내 금 가격과 연동된 KRX금현물 상품들이 최근 한 달 새 30%대의 수익률을 올린 반면, 국제 시세를 추종하는 'SOL 국제금'과 'KODEX 금액티브'는 16%대에 머물렀다.
[김지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