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윗 제자였던 하준경 수석
"기업주도 혁신 중요성 배워"
2016년 매경 만났던 모키어
4차산업혁명 퀀텀점프 예고
◆ 노벨상 ◆
피터 하윗 미국 브라운대 교수와 필리프 아기옹 콜레주드프랑스 교수는 기업의 기술 혁신이 어떻게 경제 성장을 이끄는지 파헤친 내생적 성장이론을 분석하며 제도경제학을 한 단계 끌어올린 인물로 꼽힌다.
특히 하윗 교수는 이재명 정부 경제성장 정책을 총괄하는 하준경 대통령실 경제성장수석의 논문 지도교수다. 그만큼 이번 정부에 간접적인 영향을 준 인물이다.
하 수석은 이날 매일경제와 통화하며 "하윗 교수와 아기옹 교수는 기업의 기술혁신과 창조적 파괴를 경제 성장과 연결시키는 슘페터리언 성장이론을 개척한 석학"이라며 "혁신 성장을 위해선 교육 등 어떠한 제도가 필요한지로 연구 주제를 확장해 왔다"고 평했다. 실제로 하윗 교수와 아기옹 교수는 1992년 '창조적 파괴를 통한 성장 모형(A Model of Growth Through Creative Destruction)'을 발표하며, 기업 간 경쟁이 경제 성장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했다. 하 수석은 "지도교수인 하윗 교수는 2000년대 초반 당시 제자들을 열정적으로 지도하는 스승이었다"면서 "아이디어가 있으면 칠판에 같이 적으면서 제자들과 교류하셨던 분"이라고 평했다. 이어 그는 "하윗 교수와 아기옹 교수는 당시 수시로 연락하면서 연구 주제를 공유했다"면서 "프랑스식 악센트로 아기옹 교수가 발음한 것이 아직도 생생하다"고 회고했다.
이러한 신슘페터주의는 이번 정부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내년도 인공지능(AI) 예산을 사상 최초로 10조원을 편성하고, 국가 연구개발(R&D) 예산도 역대 최대 규모인 35조원으로 확정했다.
이는 기업 혁신을 통한 성장을 추구하는 하윗·아기옹 교수 모델을 한국에 이식하는 셈이다.
조엘 모키어 미국 노스웨스턴대 경제학 교수도 한국과 인연이 깊다. 모키어 교수는 2016년 매일경제신문과 인터뷰하며 "기술혁신이 가져올 미래는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당시 모키어 교수는 같은 대학 로버트 고든 교수와 '성장 논쟁'을 벌여 주목을 끌었다. 2000년대 초반 이미 3차 산업혁명의 효과가 끝났기 때문에 전 세계가 저성장에 빠질 수밖에 없다는 고든 교수의 '저성장 필연론'에 맞서 모키어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이라는 또 한 번의 기술혁신이 가져올 경제 성장에 주목했다.
모키어 교수에 따르면 증기기관의 1차 산업혁명, 전기가 가져온 2차 산업혁명, 컴퓨터가 일으킨 3차 산업혁명 등 전 세계 경제 성장의 '퀀텀점프'에는 항상 기술혁신이 있었다. 모키어 교수는 4차 산업혁명 시기 기술혁신은 과거와 질적으로 다르다고 설명한다. 그는 "지금은 기술혁신이 과학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지속성을 가질 수 있고, 기술을 활용해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면서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그의 예언대로 기업들의 기술혁신은 지난 10년간 챗GPT와 같은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비롯해 전기차, 자율주행차, 배터리, 바이오 등 새로운 산업을 만들었다. 2016년 당시 모키어 교수는 "컴퓨터의 진화로 컴퓨터 물리학, 컴퓨터 생물학과 같은 완전히 새로운 학문이 생겨났고, 특히 양자컴퓨터 발명은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속도로 많은 산업을 혁신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나현준 기자 / 지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