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 경찰인력 태부족…대사 4개월 공석
23일 캄보디아측과 코리안데스크 설치 논의
12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캄보디아 내 취업사기·감금 피해 신고 접수는 2021년 4건에서 2024년 220건, 올해 8월까지 330건으로 대폭 늘었다. 최근 4년간 캄보디아에서 체포된 한국인도 2024년 46명에서 올해 7월까지 144명으로 세 배 넘게 증가했다.
피해자 대부분은 ‘고소득 해외취업 알선’을 내세운 범죄조직의 유혹에 속아 캄보디아로 향했다. 이들은 텔레그램이나 취업 사이트 등에서 “특별한 기술이나 자격 없이도 고수입을 얻을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출국했으나, 실제로는 자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이스피싱, 로맨스 스캠 등 불법 온라인 사기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교민들 사이에서도 “한인 식당 등에서 친근하게 다가오는 사람들을 주의하라”는 경고가 퍼지고 있다. 보이스피싱 자금 세탁용 통장을 노린 범죄조직원들이 한국 국적 교민들에게 다가와 통장·여권을 강압적으로 빼앗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은 텔레그램을 이용해 경찰청 핫라인 117 채널과 연결한 뒤, 본인의 현재 상황을 영문으로 기재해 구조를 요청해야 한다. 본인 위치, 연락처, 건물 사진, 여권 사본, 현재 얼굴 사진, 구조를 원한다는 메시지가 담긴 동영상을 찍어서 보내야 한다. 해당 자료가 모두 제출되기 전까지는 신고 접수가 이뤄지지 않는다. 휴대전화와 여권 등 자료를 빼앗긴 피해자가 자력으로 탈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만약 현지 경찰에 의해 구출되더라도 금융사기 범죄에 가담한 피해자들은 열악한 환경에 구금되어 수개월간 경찰청, 이민청의 현지법 위반 혐의 조사를 받은 뒤에 추방되게 된다.
이런 까닭에 전문가들은 캄보디아 여행을 최대한 자제할 것을 권고한다.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나는 안전하겠지’라는 생각은 금물”이라며 “아직 우리나라의 사법권이 캄보디아에 제대로 미치지 못한다. 건장한 남성도 순식간에 범죄 표적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와 경찰의 대처가 범죄 확산세에 비해 미온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현지 대사관 인력 15명 중 사건 사고를 담당하는 경찰 인력은 3명(주재관 1명·협력관 2명)에 불과하다.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 작년 10월과 지난달에서야 직무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것이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 교수는 “정부의 대처가 선진국의 자국민 보호와 비춰보면 후진적”이라며 “이미 두 달 전 실종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정부가 선제적으로 자국민 안전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인프라 구축에 힘써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뒤늦게 한국인 대상 강력범죄를 전담 처리하는 ‘코리안데스크’를 파견하기 위해 캄보디아 측과 협의에 나섰다. 우선 오는 23일 서울에서 열리는 국제경찰청장회의에서 캄보디아 측과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성사될 경우 현지 파견 경찰 인력이 2교대가 가능한 수준으로 증원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캄보디아 정부와 수사당국의 승인이 없을 경우 코리안데스크 파견을 현실화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 교수는 “필리핀의 코리안데스크가 상당한 효과가 있었지만, 그건 필리핀 정부가 한국의 치안이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사법권 실현을 용인해줬기 때문”이라며 “캄보디아 수사당국과 상호 라포를 형성하고, 우리나라의 제안이 사법권 간섭으로 비치는 것을 털어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