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왔으면 이건 사야지”…외국인 필수 쇼핑코스 ‘약국 화장품’

김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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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드름 치료·기미제거 크림 등
제약사표 기능성 화장품 인기
외국인 싹쓸이에 진열대 ‘텅텅’


명동 약국 화장품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 2025.10.8 [이승환기자]
“여드름성 피부에는 니코틴산아미드 성분이 함유된 ‘세비타비’를 넓은 부위에 매일 꾸준히 발라주시면 좋고요, 이미 여드름이 난 경우라면 ‘애크논크림’을 추천드립니다.”

9일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는 서울 명동 한복판 약국. 관광객 두세 무리가 약국 왼편을 가득 채운 ‘약국 피부템’ 진열대 앞에 서 있었다. 약사는 유창한 영어로 이들에게 피부 상태를 물은 뒤 여드름이 생기기 전후, 여드름이 가라앉은 이후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 3~4가지를 차례로 추천했다. 약국 전용 화장품 코너에서는 한 일본인 관광객이 샘플을 직접 발라보며 제품을 비교하고 있었다. 일부 인기 제품은 관광객들이 여러 개씩 구매한 탓에 진열대가 텅 비어 있었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피부 관리템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쇼핑 품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드름 치료제 ‘애크논크림’과 같이 피부 관리 효과로 입소문을 탄 제품들이 인기를 끌자 주요 제약사는 약국 전용 화장품 브랜드까지 출시하는 모습이다. 최근 동국제약은 ‘마데카파마시아’를, 일양약품은 ‘닥터 프리메틱’ 등 더마코스메틱 브랜드를 선보였다.

명동 약국 화장품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 2025.10.8 [이승환기자]
당초 이 시장은 기미·여드름 치료 목적의 일반의약품을 중심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이들 제품을 다른 연고나 화장품과 함께 사용해 효과를 봤다는 후기가 잇따르면서다. 대표적인 사례가 동아제약의 피부외용제 3종(노스카나·애크논·멜라토닝)이다. 2022년 184억원에 불과했던 피부외용제 3종 매출은 올해 상반기에만 355억원으로 급상승했다. 각 제품이 연 매출 100억원 고지를 넘긴 국내 블록버스터 의약품 대열에 합류하면서 동아제약 실적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피부 관리 수요의 일부가 약국으로 넘어가면서 더마코스메틱 시장도 본격 개화했다. 더마코스메틱은 피부 과학을 뜻하는 더마톨로지(Dermatology)와 화장품을 의미하는 코스메틱(Cosmetic)을 합친 용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더마코스메틱 제품은 기본적으로 피부 자극이 덜한 성분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특히 약국의 접근성과 의약품에 대한 신뢰가 맞물리면서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동 약국 화장품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 2025.10.8 [이승환기자]
명동 약국 화장품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 2025.10.8 [이승환기자]
마데카파마시아는 더마코스메틱 브랜드 ‘센텔리안24’로 대박을 친 동국제약이 올해 3월 선보인 약국 전용 브랜드다. 동국제약은 상처 치료제 마데카솔의 주성분인 ‘센텔라정량추출물’을 기반으로 마데카크림 등을 출시해 센텔리안24 브랜드를 안착시켰다. 인지도와 신뢰도를 갖춘 이 성분을 토대로 고농도·고순도·고기능성 신규 브랜드 라인업을 공개한 것이다.

최근 이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는 ‘PDRN(폴리디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이다. 연어과 어류 생식세포에서 추출하는 PDRN은 피부 조직의 재생과 회복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PDRN을 국내에 수입해 스킨부스터 ‘리쥬란’을 개발한 파마리서치가 이 성분의 콘셉트를 확장해 선보인 피부 재생 크림 ‘리쥬비넥스 크림’(일반의약품)이 시장을 열었다. ‘의료현장에서 인지도가 형성된 성분’을 화장품으로 재해석해 신뢰를 전이시키는 전략이 먹혀든 셈이다. 리쥬비넥스는 지난 1년간 품귀 현상을 빚을 만큼 수요가 폭발적이었고, 이후 광동제약, 옵티마 등도 PDRN 성분 더마코스메틱 라인업을 연이어 출시하며 가세했다.

명동 약국 화장품 외국인 관광객에게 인기. 2025.10.8 [이승환기자]
수요 면에서도 순풍이 불고 있다. 한국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외국인의 국내 의료 소비액은 2023년 상반기 2233억원에서 올 상반기 8896억원으로 급증했다. 특히 외국인 의료 소비 건수를 기준으로 약국 비중이 6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나 관광객의 쇼핑 리스트에 약국 전용 화장품이 빠르게 편입되는 분위기다. K뷰티를 향한 글로벌 관심이 약국 피부 케어 제품까지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의약품과 화장품의 경계가 흐려지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8월 적발한 화장품 부당 광고 83건 중 60% 이상이 의약 오인 광고였다. 화장품은 인체의 미화나 피부·모발의 건강 증진을 위해 사용하는 물품으로 화장품법의 적용을 받는 반면 의약품은 질병의 치료나 예방을 목적으로 식약처의 허가심사와 엄격한 규제를 거치는 만큼 개발·심사 체계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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