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표 기능성 화장품 인기
외국인 싹쓸이에 진열대 ‘텅텅’
9일 외국인 관광객으로 붐비는 서울 명동 한복판 약국. 관광객 두세 무리가 약국 왼편을 가득 채운 ‘약국 피부템’ 진열대 앞에 서 있었다. 약사는 유창한 영어로 이들에게 피부 상태를 물은 뒤 여드름이 생기기 전후, 여드름이 가라앉은 이후에 사용할 수 있는 제품 3~4가지를 차례로 추천했다. 약국 전용 화장품 코너에서는 한 일본인 관광객이 샘플을 직접 발라보며 제품을 비교하고 있었다. 일부 인기 제품은 관광객들이 여러 개씩 구매한 탓에 진열대가 텅 비어 있었다.
약국에서 판매하는 피부 관리템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필수 쇼핑 품목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여드름 치료제 ‘애크논크림’과 같이 피부 관리 효과로 입소문을 탄 제품들이 인기를 끌자 주요 제약사는 약국 전용 화장품 브랜드까지 출시하는 모습이다. 최근 동국제약은 ‘마데카파마시아’를, 일양약품은 ‘닥터 프리메틱’ 등 더마코스메틱 브랜드를 선보였다.
피부 관리 수요의 일부가 약국으로 넘어가면서 더마코스메틱 시장도 본격 개화했다. 더마코스메틱은 피부 과학을 뜻하는 더마톨로지(Dermatology)와 화장품을 의미하는 코스메틱(Cosmetic)을 합친 용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더마코스메틱 제품은 기본적으로 피부 자극이 덜한 성분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 특징”이라며 “특히 약국의 접근성과 의약품에 대한 신뢰가 맞물리면서 소비자들에게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이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키워드는 ‘PDRN(폴리디옥시리보뉴클레오타이드)’이다. 연어과 어류 생식세포에서 추출하는 PDRN은 피부 조직의 재생과 회복을 촉진시키는 효과가 있다. PDRN을 국내에 수입해 스킨부스터 ‘리쥬란’을 개발한 파마리서치가 이 성분의 콘셉트를 확장해 선보인 피부 재생 크림 ‘리쥬비넥스 크림’(일반의약품)이 시장을 열었다. ‘의료현장에서 인지도가 형성된 성분’을 화장품으로 재해석해 신뢰를 전이시키는 전략이 먹혀든 셈이다. 리쥬비넥스는 지난 1년간 품귀 현상을 빚을 만큼 수요가 폭발적이었고, 이후 광동제약, 옵티마 등도 PDRN 성분 더마코스메틱 라인업을 연이어 출시하며 가세했다.
다만 의약품과 화장품의 경계가 흐려지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8월 적발한 화장품 부당 광고 83건 중 60% 이상이 의약 오인 광고였다. 화장품은 인체의 미화나 피부·모발의 건강 증진을 위해 사용하는 물품으로 화장품법의 적용을 받는 반면 의약품은 질병의 치료나 예방을 목적으로 식약처의 허가심사와 엄격한 규제를 거치는 만큼 개발·심사 체계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