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폭탄 날린다면 어쩔 수없다”…중국, 희토류 0.01% 섞여도 수출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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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APEC 정상회의 앞두고 정면 충돌

희토류 수출허가 범위 확 늘려
해외 우회사용 경로 원천차단

中, 공급망 장악력 발판으로
지난달 美 수출통제에 보복
美와 관세전쟁 힘겨루기 속
협상력 높이기 카드 분석도


중국 장쑤성 롄윈강 항으로 옮겨지는 희토류 토양. [사진 = 연합뉴스]
중국이 9일 희토류 관련 수출 통제 수위를 높인 것은 미국을 겨냥한 보복 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미국의 수출 통제 강화 조치에 대한 맞대응이자 이달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경주에서 미·중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일종의 ‘신경전’이라는 것이다.

이날 중국 상무부는 전략 광물인 희토류와 관련 기술의 수출을 강화하는 취지의 ‘해외 관련 희토류 물자에 대한 수출 통제 결정’과 ‘희토류 관련 기술 수출 통제에 관한 결정’을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기존에 중국 상무부가 지정한 이중용도 품목 수출허가증 발급 대상의 범위를 보다 확대한 것으로, 수출 통제 대상임에도 해외에서 우회적으로 사용되던 중국산 희토류와 관련 기술을 차단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특히 이번 조치는 미·중 간 기술 패권 경쟁이 심해지는 가운데 중국이 희토류를 전략적 수단으로 활용해 반도체·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중장기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중국 상무부는 14㎚ 이하 시스템반도체(로직칩)나 256층 이상의 메모리반도체, 이들 반도체의 제조·테스트 장비에 쓰일 희토류 수출 신청과 잠재적으로 군사 용도를 갖고 있는 AI 연구개발(R&D)용 희토류 수출 신청은 개별 심사하기로 했다는 내용도 포함해 발표했다.

중국은 앞서 지난 7월부터 핵심 광물의 안보에 무게를 둔 ‘신(新)광물자원법’을 시행하고 있다. 중국은 이 법을 통해 첨단 산업의 필수 원료인 핵심 광물 부문에 대한 정부 지원을 확대한다는 방침을 지속적으로 확대 중이다.

중국의 이번 발포는 첨단 산업 지원을 이어가는 동시에 관세전쟁에서 미국과의 힘겨루기에서도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중국 상무부가 10월 1일부터 8일간 이어진 국경절 ‘황금연휴’가 끝난 뒤 이 같은 조치를 내놓은 것도 미국의 지난달 발표를 겨냥한 보복이라는 분석에 힘을 보탠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수출 통제 명단에 오른 기업이 지분을 50% 이상 보유한 기업도 자동적으로 제재 대상(블랙리스트)에 포함하는 새 규정을 발표했다.

기존에는 모회사가 제재 명단에 포함됐더라도 자회사가 별도로 지정되지 않았으면 거래가 가능했다. 예컨대 중국 화웨이의 경우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기 위해 자회사를 만든 뒤 자회사를 통해 기술을 수입할 수 있었다. 그러나 미국의 수출 통제 확대 조치로 이러한 우회로가 차단됐다. 당시 중국 상무부는 “이번 조치의 성격은 매우 악질적”이라며 “중국은 이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어 “이번 규정은 미국이 국가안보 개념을 무분별하게 확대하고 수출 통제를 남용하는 또 하나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필요한 조치를 취해 중국 기업의 합법적인 권익을 단호히 수호할 계획”이라며 보복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4월 14일 베트남을 국빈 방문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하노이 노이바이 공항 도착 후 손을 흔들고 있다. [로이터 = 연합뉴스]
중국은 희토류 산업 장악력을 활용해 무역전쟁 수단 및 외교적 지렛대로 사용해왔다. 2010년 일본과 희토류 분쟁은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화’한 첫 사례로 꼽힌다. 중국은 당시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에 대한 보복으로 일본에 대해 희토류 수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다만 당시 일본은 미국, 동남아시아 등 다른 공급처를 찾고 사용량 저감 기술을 개발하며 대응했다. 2012년에는 미국·유럽연합(EU)과 함께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을 제소해 2014년 협정 위반 판정을 받아냈다.

2022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첨단 반도체 대중 수출을 차단하자, 중국은 반도체가 아닌 희토류 수출을 막으며 대응했다. 2023년 8월 중국 당국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통제에 대항해 갈륨·게르마늄·흑연 등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를 시행했다. 올해 들어서는 텅스텐 등 5종의 광물과 디스프로슘 등 7종의 희토류에 대한 수출 통제에도 나섰다.

수출 통제 직후인 5월 미국 자동차 업체 포드가 시카고 공장을 일주일간 폐쇄하는 등 자동차와 방산 분야가 즉각 타격을 입었다. 중국은 대미 수출 통제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엔비디아의 AI용 H20 칩 수출 허가를 받아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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