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천~오사카 황금노선 ‘시끌’…아시아나-LCC 정면충돌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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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오사카 노선 갈등 표출
경쟁당국 슬롯 반납 명령에도
아시아나, 같은 시간 운항 재개
LCC, 노선 확충 기회 못 누려


대한항공으로 통합을 앞두고 인천~오사카(간사이) 노선 왕복 ‘슬롯(운항 시간대)’ 3개를 반납한 아시아나항공이 새로 슬롯 3개를 할당받아 예전과 같이 운항을 재개하면서 저비용항공사(LCC)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9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일본 경쟁당국인 공정취인위원회(JFTC·공취위)의 독과점 방지 조치에 따라 하루 3편이던 인천~오사카 왕복 운항권을 반납했다. 줄어든 노선은 제주항공이 일본 항공당국의 공식 절차를 밟아 재분배받았다. 제주항공은 해당 노선 운항을 최소 3년간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간사이공항에서 새로운 슬롯을 확보해 기존과 유사한 시간대에 운항을 재개했다. ‘항공자유화지역(Open Sky)’으로 지정된 일본 노선은 정부가 지정하는 운수권과 관계없이 항공사가 공항에서 슬롯을 확보하면 자유롭게 취항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황금’ 노선 확보로 수익성 제고를 기대했던 제주항공으로서는 다시 거대 항공사와의 출혈경쟁에 맞닥뜨리자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출혈경쟁이 벌어지면 자금력과 영업망에서 열세인 LCC가 노선을 포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공취위 시정조치에 따라 슬롯을 양도한 후 적법한 절차에 의거해 자체적으로 새로운 슬롯을 확보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국토교통부는 “노선 재분배는 일본 경쟁당국 지시에 따라 이행한 사안”이라며 “이후 아시아나항공이 일본 측 규정을 준수하면서 노선에 재진입하는 것까지 막을 근거는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노선 갈등은 일본 다른 지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오는 26일부터 티웨이항공이 신규 취항하는 부산~삿포로(신치토세)·후쿠오카 노선, 이스타항공이 운항 중인 인천~후쿠오카 노선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신치토세·후쿠오카공항은 오사카 간사이공항만큼 슬롯 여유가 많지 않아 재진입이 현실적으로 쉽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출처 = 제주항공]
아시아나항공과 LCC 간 갈등은 인천~프랑크푸르트 노선에서도 불거졌다. 아시아나항공이 해당 노선 항공편을 주 7회에서 4회로 줄이자 티웨이항공이 지난해 해당 노선을 따내 하루 1회 운항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운항 횟수를 줄인 대신 지난 8월 기종을 A350-900(311석)에서 대형 항공기인 A380(495석)으로 교체하는 방식으로 좌석 공급을 60% 늘렸다. 이로 인해 티웨이항공은 수익성이 악화돼 감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공 업계는 규제 허점으로 인한 대형 항공사의 독과점 유지가 LCC 운영에 압박으로 작용하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2019년 기준 공급 좌석의 90% 수준을 유지하라는 국내 공정거래위원회 시정조치에 따라 대한항공 계열사들이 최근 인천~괌 노선에 재진입하면서 수익성이 악화된 제주항공·티웨이항공이 해당 노선 운항을 포기한 바 있다.

LCC 관계자는 “대기업이 편의점을 소상공인에게 매각한 뒤 바로 옆에 또 같은 편의점을 차린 것과 마찬가지”라며 “규정상 허용된다고 해도 최소한의 상도의라는 게 있는데 현 상황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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