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횡령 등 처벌규정 있어
없어져도 문제 안생길 것
배임죄 폐지가 檢개혁 핵심
"기업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두고 왜 정부가 끼어들어 형사 책임을 묻나. 언제든지 배임죄로 얽혀 구속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어떻게 과감하게 경영 판단을 할 수 있겠나. 배임죄는 완전 폐지돼야 한다."
이언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 매일경제와 인터뷰에서 "배임 이슈가 있을 때는 민사 책임으로 묻는 것이 맞다"며 "배임죄를 모두 철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형법상 일반·업무상 배임은 물론 상법상 특별배임, 특별경제가중처벌법상 업무상 배임까지 없애야 한다는 취지다. 정유업체 에쓰오일의 법무총괄 상무(사내 변호사) 출신 3선 의원인 이 최고위원은 여당에서 기업과 산업계 사정에 밝은 '경제 전문가'로 분류된다. 여당과 정부는 이번 정기 국회 중 배임죄 폐지를 목표로 삼고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지난 7월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에 '주주'까지 포함시키는 상법 개정이 이뤄지면서 정상적인 경영 판단마저 배임죄로 휘말릴 수 있다는 경제계 우려를 감안한 조치다. 다만 방법론을 두고 '선(先)폐지 후(後)보완'과 '단계적 폐지'가 충돌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 최고위원은 전자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 최고위원은 "배임죄를 완전 폐지해도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기, 횡령 등 명백한 문제로 처벌해야 하는 사안은 별도로 법에 규정돼 있기 때문에 후속 보완 입법조차 필요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분식회계 사건을 예로 들며 "자본시장법, 외부감사법 등으로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며 "기업 의사결정으로 대규모 대중에게 특별한 영향이 있다면 다 처벌법이 있다"고 설명했다. 형법상 배임죄에 '경영 판단 면죄 원칙'을 명시하는 방안에 대해선 "말이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미국 판례에 등장하는 경영 판단 원칙은 애초 형사 처벌과 관련한 사항이 아니다"며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물을 때 충실의무 위반이 있는지 따질 때 적용하는 것이 경영 판단의 원칙"이라고 했다.
이 최고위원은 "검찰개혁의 핵심은 배임죄 폐지"라는 주장도 내놨다. 해석의 여지가 넓은 배임죄 특성상 검찰이 배임죄를 앞세워 기업에 대한 광범위한 수사를 펼쳐온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이 최고위원은 "경영진이 이득을 본 것도 없이 손해가 날 수 있는 의사결정이 있을 수 있다. 이런 결정을 배임죄로 트집 잡을 수 있다"며 "경영진이 권력기관 눈치를 보게 하는 배임죄가 폐지되면 기념비적인 사건이 될 것"이라고 했다.
[진영화 기자 / 사진 한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