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호세력 지분 넘긴다 비판에
발행공시 기업 주가는 우수수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3차 상법 개정안 논의가 본격화된 가운데 선제적으로 자사주 대상 교환사채(EB) 발행에 나서는 상장사가 늘고 있다.
이들 기업은 대부분 EB 발행을 결정한 이후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자사주를 소각해 주가를 부양하는 대신 이를 우호 세력에 넘기기 위해 EB를 발행하는 '꼼수'를 쓰고 있다는 시장의 해석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EB란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권리가 붙은 채권으로 향후 시장에 자사주가 풀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주가에는 부담으로 작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EB 발행을 공시한 이후 11.7% 급락한 KCC 주가는 이날도 1.36% 추가 하락하며 36만3000원을 기록했다. 전날 KCC는 총 발행 주식 물량의 9.9%를 대상으로 하는 EB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한 바 있다.
지난 22일에는 넥센, 대교, 덕성 등 중견·중소기업들이 자사주를 교환 대상으로 하는 EB 발행 결정을 공시했다. 각각 발행 주식 총수의 5.94%, 2.31%, 8.82%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대상으로 한다.
넥센은 공시 이후 4거래일 새 주가가 8.57% 급락하며 25일 5870원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기간 대교와 덕성도 각각 주가가 2% 이상 하락했다.
그 외에도 이달 들어 삼호개발, 비에이치, DB하이텍, 쿠쿠홀딩스 등이 EB 발행을 결정한 바 있다. 이 가운데 지주사가 EB 발행을 결정한 경우 주가 하락폭이 더욱 큰 상황이다. 정부의 자본시장 개혁에 따라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모아졌던 만큼 실망감이 두드러진 것으로 풀이된다.
쿠쿠홈시스·쿠쿠전자 등을 자회사로 보유한 쿠쿠홀딩스는 EB 발행 결정을 공시한 이후 8거래일 사이 주가가 11.37% 급락했다. 쿠쿠홀딩스는 앞서 지난 16일 발행 주식 총수의 6.5%에 해당하는 자사주를 대상으로 한 EB 발행을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지난 6월 EB 발행을 결정했다가 가처분 소송 제기에 따라 중단했던 태광산업은 발행 절차를 재개하기 위해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지난 24일 태광산업은 다음달 이사회에서 EB 발행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내용의 공시를 했다.
법적으로 EB 발행이 가능한 조건이 갖춰졌으나 정부 방침에 정면으로 반한다는 시장의 부정적인 반응에 논란이 일자 '눈치보기'에 나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광산업이 지난 6월 자사주 전량(24.41%)을 대상으로 한 3186억원 규모 EB를 발행하기로 결정하자 2대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이를 금지해달라며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지난 10일 법원은 가처분 기각 결정을 내렸다. 태광산업 주가는 지난 6월 EB 발행 결정을 공시한 이후 약 세 달 사이 18.7% 급락한 상태다.
[문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