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1000억 예산 썼는데 절반이 망했다”…전통시장 청년몰 폐업 속출

이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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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09.23. 오후 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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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실 자료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청년몰
전국 전통시장에 578개 점포
올들어 45%가 휴·폐업 상태

2016년부터 1000억 투입에도
정선·제주선 전체 폐업한 곳도


22일 방문한 서울 서대문구 이화52번가 청년몰. 이곳은 청년 상인을 양성하고 전통시장 상권을 활성화하겠다는 목표로 조성된 공간이다. 점심 시간이었지만 오가는 사람이 거의 없이 썰렁한 모습이었다. 점포 테이블은 비어 있었고,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해 가게를 내놓은 곳이 즐비했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청년몰이 22일 점심 시간에도 손님 없이 썰렁한 모습이다. 김호영 기자
2016년 시작된 청년몰 조성 사업에 10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됐지만, 성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심지어 휴·폐업 상태인 점포가 전체의 절반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나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강승규 국민의힘 의원이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5년 6월까지 청년몰 사업에는 총 974억55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소진공 청년몰은 전통시장 내 유휴 공간을 활용해 청년 상인 점포와 문화·쇼핑·지역민 소통이 결합된 복합시설을 조성해 전통시장 활성화와 청년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하는 사업이다. 소진공은 청년 점포 및 공용 공간, 고객 편의시설 및 기반시설, 환경 개선, 각 부처 및 민간 협업 시설, 창업 교육 및 컨설팅, 마케팅 등을 지원한다.

연도별 지원 예산은 △2016년 178억5000만원 △2017년 193억3500만원 △2018년 253억7000만원 △2019년 7400만원 △2020년 109억5000만원 △2021년 76억8000만원 △2022년 28억8000만원 △2023년 26억7000만원 △2024년 19억3500만원 △2025년 6월 13억7000만원에 달한다.

그러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음에도 청년몰 점포 폐업이 속출하는 상황이다.

올해 6월 기준 전국 청년몰에는 578곳의 점포가 있었지만, 이들 중 휴·폐업 점포는 260곳으로 휴·폐업률이 45%에 달했다. 청년몰 점포 수가 가장 많았던 2020년에는 663곳 점포 중 휴·폐업 점포가 253곳으로 38%였던 점을 감안하면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청년몰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 전국 39개의 청년몰에 663개의 점포(영업·휴업·폐업·이전점포 등)가 있었으나, 올해(6월 기준) 4곳이 폐장해 점포 수는 578개로 줄었다.

심각한 것은 영업 점포 수가 같은 기간 494개에서 355개로 감소해 영업 유지율이 2020년 75%에서 올해 61%로 급락했다는 점이다. 이 기간 이전점포는 75개에서 272개로 늘었다.

일부 지역은 전멸 수준이다. 정선아리랑 시장과 제주중앙로상점가 청년몰은 모든 점포가 휴·폐업했으며, 서울 이대앞스타트업상점가 청년몰도 22개 점포 중 11개가 영업을 중단했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지금은 너무 초기 점포 지원에만 집중돼 있는데, 안정기에 접어든 점포를 위한 대책도 중요하다”며 “전통시장 청년몰이 더 발전하려면 이커머스 사업으로의 진출도 정부가 지원해 전국구로 판로를 개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청년몰 사업이 청년 상인 양성과 전통시장 활성화라는 두 목표를 모두 놓친 것은 뼈아픈 현실”이라며 “청년들이 안착할 수 있도록 사후 관리 체계와 컨설팅·마케팅 지원을 촘촘히 해야 하고, 청년몰이 다시 서기 위해서는 보여주기식이 아닌 청년과 시장 모두를 살리는 종합 대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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