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관 증원 앞서 하급심, 상고심 논의해야”
“재판소원 반드시 4심제 될 수 밖에 없어”
“탄핵심판 표결에서 전원일치 예상해”
“결정문 이해 쉽게 쓰자는 공감대 있었다”
“사회통합 필요...정치할 생각 전혀 없다”
10일 문 전 권한대행은 이날 오후 서강대학교 성이냐시오관 강당에서 열린 ‘법률가의 길: 헌법소원과 민주주의’라는 주제의 특별 강연에 연사로 참여해 “사법부의 독립은 사법부 존속을 위한 필요조건”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강연은 서강대 멘토링센터장을 맡고 있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대검찰청 감찰부장 출신인 한동수 변호사와의 대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 강연은 문 전 권한대행이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을 선고한 이후 서울에서 처음으로 갖는 공개 강연이다.
대법관 증원 안에 대해 문 전 권한대행은 하급심 부실 문제와 상고심 제도에 대한 논의도 수반돼야 한다고 짚었다. 문 전 권한대행은 “우리나라는 대법원이 1, 2심에서 다뤄야 할 사실인정 문제까지 건드리고 있는데, 그 이유는 하급심이 부실하기 때문”이라며 “최근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부 재판장을 만났는데, 일주일에 4일간 재판을 하고 판결문 쓰는 데는 하루밖에 없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대법원에 갈 필요가 없는 사건에 대해 제기되는 상고도 적당한 선에서 걸러야 한다”며 “하급심에 대한 논의를 생략한 채 국회와 대법원 간에 이 주제를 두고 한 차례도 대화하지 않고 대법관 증원에만 집중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사법개혁 일부로 거론됐던 재판소원 도입과 관련해 문 전 권한대행은 “반드시 4심제가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대법원에 한 해 동안 접수되는 사건이 4만 건이 넘는다”며 “만약 재판소원이 도입되면 대법원 판결에 30% 이상이 불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 년에 헌재에 접수되는 사건이 1만2600건에 달해 위헌 결정이 나오는 데 3~4년이 걸리는 상황”이라며 “국회가 신속한 재판을 위해 대법관을 늘리고 4심제로 하겠다는데, 이건 모순”이라고 말했다. 재판소원의 대안으로는 헌재가 내린 한정위헌 결정에 대한 재심이 가능하도록 법률을 개정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그는 재임 당시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의 탄핵 심판을 이어가기 위해 심판정족수를 규정한 헌재법 조항의 효력을 정지시킨 결정을 언급하며 “그 결정이 없었다면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심판도 불가능했고, 대한민국은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고도 전했다.
표결일을 4월 1일로 정한 이유로는 “인용론과 기각론이 마무리된 시점이 그즈음이었고 본인의 퇴임일이 18일임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선고일인) 4월 4일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무슨 생각을 제일 먼저 했느냐’는 질문에는 “관사에서 헌재까지 가는 길에 불상사가 없어야겠다, 백만 분의 일의 가능성도 없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답했다.
‘쉽게 읽힌다’는 평가를 받은 탄핵심판 결정문에 대해서는 “국민이 피해자인 사건이기에 국민이 이해하기 쉽게 쓰자는 암묵적인 공감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껏 가장 공들여 쓰고, 가장 많이 고친 결정문”이라고도 말했다.
가장 심혈을 기울인 문장으로는 ‘정부와 국회 사이 대립은 일방의 책임에 속한다고 보기 어렵다. 이는 민주주의 원리에 따라 해소되어야 할 정치의 문제다’를 꼽으며 “정치의 문제는 관용과 자제, 대화와 타협으로 풀 문제이지 비상계엄으로 해결될 것이 아니라고 봤다”고 밝혔다.
그는 퇴임 이후 대중 강연에 나서는 이유에 대해 “사회 통합이 필요하다고 봤기 때문”이라며 “탄핵 결정에 의문을 가진 분들과 대화를 나눠보고, 저를 지지하는 분들에게도 쓴소리를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정치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는 “정치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