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불법 현수막'에 민심은 없다

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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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선포 이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과 구속 등 굵직한 뉴스들이 터져나왔다. 거리마다 설 연휴 민심 자극을 노린 '정당 현수막'이 난무했다. "내란 수괴 윤석열 구속! 국민의힘 정당 해산!" "찐 내란 수괴! 이재명 체포!" 등 상대방을 공격하는 현수막 문구를 곳곳에서 접할 수 있었다. 하지만 행인 중 많은 이는 길거리를 뒤덮은 현수막에 피로감과 불쾌함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관계도 검증되지 않은 일방적인 주장이 담긴 현수막마저 난무했다.

입장이 다른 쪽을 비판하고자 하는 마음은 이해한다. 문제는 정당 현수막 중 대다수가 불법적으로 걸렸다는 점이다. 현수막 책임자나 게시 기간이 적혀 있지 않은 건 기본이고, 동일한 전봇대에 현수막이 3개 이상 걸려 있거나 횡단보도 인근 설치 규정을 위반한 사례도 많았다. 정당 현수막 관련 민원도 크게 증가한 것은 당연하다.

국회는 2022년 옥외광고물법을 개정하면서 정당이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 현수막을 표시·설치하는 경우 허가·신고를 배제하도록 했다. 정당 현수막에 일반 현수막과 달리 특혜를 준 것이다. 그러나 무차별 설치된 현수막으로 안전문제·환경오염·도시 미관 저해 등이 발생하자 지난해 옥외광고물법이 다시 개정되면서 정당 현수막 제한 규정도 강화됐다. 건전한 여론 형성과 유권자 정치 참여를 목적으로 한 정당 현수막 '특혜'에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 국민을 위하겠다는 정치인들이 가장 기본인 법조차 지키지 않은 채 본인들 얼굴 알리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내실 있는 정책이나 지역 현안 해결로 본인을 알리려는 게 아니라 극성 지지층에 호소하고 양극단에서 시민들을 선동하는 정치 문화는 부끄럽기까지 하다.

정치 전문가들은 올 상반기께 조기 대선에 들어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각 정당 및 정치인이 지금부터 대선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상대방을 비방할 줄만 알고 민심 갈라치기에 앞장서는 정치인들은 국민을 위하지 않는 정치 혐오 앞잡이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혜진 사회부 ji.hyej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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