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없는거리에도 떡하니 주차
보행자 통행방해로 병목현상
이면도로 좁힌 무단증축물도
사고장소 인근에 버젓이 버텨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 2주기를 앞두고 있지만 참사 당시 구조의 골든타임을 넘기게 된 핵심 원인이었던 불법 주·정차는 여전히 만성적인 사회 문제로 남아 있다. 대형 참사 이후 안전관리가 강화된 이태원에선 위험 상황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일부 달라진 모습도 보이지만, 주말이나 기념일마다 인파가 몰리는 홍대거리·성수동 등에선 여전히 안전불감증의 모습이 곳곳에서 감지된다.
지난 20일 저녁 시간 홍대거리에는 클럽을 방문하거나 친구들과 놀러 온 젊은이들로 북적였다.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사람들도 보였다. 홍대거리는 저녁 6시 이후, 밤 10시 이후, 자정 전후 등 하루 세 번 크게 붐비는 번화가다.
성수동 일대 역시 한낮에도 불법 주정차가 만연했다. 지난 20일 오후 2시께 ‘성수동카페거리’로 불리는 성수이로 인근 소화전 앞 적색노면표시 구역에는 고급 중형차 한 대가 불법 주차돼 있었다. 도로교통법상 주정차금지 교통안전 표지판이 설치돼 있거나 적색노면표시 소화전 주변 5m 이내에 차량을 정지시키는 것은 불법이다. 적발되면 승용차는 8만원, 승합차는 9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더욱이 주차장 빈자리를 찾지 못한 차량들이 인파 사이로 아슬아슬하게 주행하며 일대 골목길을 맴돌았다. 성수이로와 연무장길 주변 골목에서 문을 닫은 상점이나 전봇대 근처 모퉁이를 찾아 ‘얌체 주차’를 해놓은 차량도 쉽게 발견할 수 있었다. 성동구도시관리공단 소속의 한 현장요원은 “주차장에 남은 자리가 없다는 이유로 도로변에 몰래들 차를 세운다”고 토로했다.
이태원 상인들은 참사 이후 안전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참사 발생 지점에 위치한 해밀톤호텔도 예외는 아니다. 해밀톤호텔 직원은 “호텔 입구 근처에 주·정차하려는 차량이 발견되면 지배인들이 직접 나서서 통제한다. 작은 오토바이 한 대가 세워져 있어도 필요시 경찰에 신고하는 등 주변 주차 관리에 신경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법 주정차는 대형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사고의 피해를 키운 원흉으로 지목되고 있다. 2022년 10월 29일 압사 사고가 발생한 이태원에선 불법 주차된 차량 때문에 부상자들이 제때 이송되지 못했다. 현장에 최초로 도착한 구급차는 소방서 출동부터 병원 이송까지 약 1시간 30분이 소요됐고, 구급차들의 병원 이송 시간은 평균 2시간 34분에 달했다.
이태원 참사 당시 좁은 골목을 더 비좁게 만들었던 건축물 무단증축 문제도 여전히 해결이 요원한 상태다. 참사 발생 장소를 기준으로 반경 100m 이내에 여전히 무단 증축 사례가 남아 있었다. 이태원 세계음식거리에 있는 대다수 음식점과 주점은 참사 이후를 기점으로 무단 증축물을 철거하는 등 조치를 취했지만, 일부 업소는 여전히 모르쇠로 대응하고 있다. 사고 지점에서 70m가량 떨어져 있는 한 주점은 참사 이후에도 허가 없이 1층 공간에 15㎡가량을 무단으로 증축했다가 지난해 11월 적발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