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려고 독립운동했나” 후회하시겠네…기념비엔 담배꽁초만 수두룩

지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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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운동 105주년 맞아 유적지 가보니
만세운동 출발지 탑골공원
돌항아리엔 쓰레기·꽁초만
석재유적 받침 썩은채 방치


탑골공원 의암 손병희 선생 동상에 담배꽁초 등의 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지혜진 기자]
한반도 전역에 ‘대한독립 만세’가 울려퍼진 3.1운동이 올해로 105주년이 됐다. 서울 시내 곳곳에 있는 3.1운동 관련 유적지와 표석을 긴급 점검한 결과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훼손된 곳이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독립운동 관련 문화재는 26곳, 유적지가 있었던 곳임을 알리는 표석은 64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매일경제가 대표성과 상징성이 큰 9곳을 점검한 결과 훼손이 되거나 쓰레기, 담배꽁초 등으로 인해 오염된 곳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곳이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3.1 독립선언광장이다. 이곳은 민족대표들이 독립선언식을 한 태화관 터에 조성한 광장으로, 서울시가 예산을 들여 독립선언서 돌기둥을 세우고 판석 100개를 놓았다.

최근 찾아간 3.1 독립선언광장의 독립선언서 돌기둥은 불에 그을린듯 여기저기 얼룩투성이였고 주변에는 담배꽁초들이 버려져 있었다. 제대로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다.

광장 초입 안내도에 표시된 조형물들중 실제는 없는 것들도 여러건이었다. 조성계획과 안내도에 따르면 광장 한쪽 화단에는 민족을 상징하는 소나무 세 그루와 공동체를 나타내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어야 하지만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화단에 설치된 안내 명패도 이리저리 꺾여 훼손돼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시민 이채은 씨(27)는 “광장 화단이 안내판과 다른 모습이어서 구경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며 “유적이 도심에 드러나있어 역사 공간이 친근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꽁초나 쓰레기들이 많은 것은 거슬린다”고 말했다.

탑골공원의 석재유구 목재 안내판 아랫부분이 갈라지고 부서진 모습이다. [지헤진 기자]
만세운동의 출발지이기도 한 탑골공원도 관리가 안되기는 마찬가지였다. 탑골공원은 1919년 당시 민족대표 33인이 태화관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했다는 소식을 듣고 학생 대표가 이곳에서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역사의 현장이다. 이후 학생들과 시민들의 시가행진으로 이어지며 독립운동이 방방곡곡으로 퍼져나갔다.

탑골공원 안에는 민족대표 33인중 한명인 의암 손병희 선생의 동상이 있고 그 좌우에 돌항아리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돌항아리 상단은 누군가 버린 담배꽁초와 쓰레기로 채워져 있었다. 탑골공원에서 출토된 유적(석재유구) 안내판은 뜯어져 나갔고, 석재유구가 놓여있는 나무 받침 역시 썩어서 붕괴가 걱정될 정도였다.

서울시내 곳곳에 있는 유적지 기념 표석은 관리가 되지 않아 알아보는 시민이 드물다. 종로구 종로 11길에는 기독청년회관(YMCA)가 민족운동의 본거지로 3.1 독립운동을 준비했던 ‘3.1독립운동기념터’ 표석이 있는데 언뜻 보기에는 이곳이 기념터인지도 제대로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시민 백춘옥 씨(75)는 “표석이 잘 관리돼야 사람들이 역사적 장소에 더 관심을 가질 것 같다”며 “깔끔하게 관리되는 것 같지는 않고 쓰레기같은 물건이 옆에 있어 애물단지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보성사터의 한 켠에는 분수로 사용했다고 추정되는 공간이 있으나 지금은 사용 목적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관리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지헤진 기자]
종로구 보성사터에는 1999년에 설치된 보성사터 안내동판이 있는데 글씨를 읽기 어려울 정도로 긁힌 흔적이 많았고 색이 바래있었다. 보성사터의 한 켠에는 분수로 사용했다고 추정되는 공간이 있다. 그러나 너무 지저분하게 방치돼 이곳이 분수였다는 것을 짐작하기가 쉽지 않다. 보성사는 3.1운동 당시 천도교가 운영하던 인쇄소로 기미독립선언서를 인쇄한 곳으로 불에 타서 지금은 터만 남아있다.

서종원 한국민속예술연구원 학술연구원장은 “유적이 흩어져 있어 통합 관리가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이런 작은 공간이 역사의 기억을 소환할때 한 공동체의 정신이 풍요로와 지는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유적 관리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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