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세운동 출발지 탑골공원
돌항아리엔 쓰레기·꽁초만
석재유적 받침 썩은채 방치
29일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 독립운동 관련 문화재는 26곳, 유적지가 있었던 곳임을 알리는 표석은 64개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매일경제가 대표성과 상징성이 큰 9곳을 점검한 결과 훼손이 되거나 쓰레기, 담배꽁초 등으로 인해 오염된 곳들이 상당수 눈에 띄었다.
대표적인 곳이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3.1 독립선언광장이다. 이곳은 민족대표들이 독립선언식을 한 태화관 터에 조성한 광장으로, 서울시가 예산을 들여 독립선언서 돌기둥을 세우고 판석 100개를 놓았다.
최근 찾아간 3.1 독립선언광장의 독립선언서 돌기둥은 불에 그을린듯 여기저기 얼룩투성이였고 주변에는 담배꽁초들이 버려져 있었다. 제대로 관리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기 어려웠다.
광장 초입 안내도에 표시된 조형물들중 실제는 없는 것들도 여러건이었다. 조성계획과 안내도에 따르면 광장 한쪽 화단에는 민족을 상징하는 소나무 세 그루와 공동체를 나타내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있어야 하지만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화단에 설치된 안내 명패도 이리저리 꺾여 훼손돼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시민 이채은 씨(27)는 “광장 화단이 안내판과 다른 모습이어서 구경할 때 어려움이 있었다”며 “유적이 도심에 드러나있어 역사 공간이 친근하게 느껴지긴 하지만 꽁초나 쓰레기들이 많은 것은 거슬린다”고 말했다.
탑골공원 안에는 민족대표 33인중 한명인 의암 손병희 선생의 동상이 있고 그 좌우에 돌항아리 조형물이 세워져 있다. 돌항아리 상단은 누군가 버린 담배꽁초와 쓰레기로 채워져 있었다. 탑골공원에서 출토된 유적(석재유구) 안내판은 뜯어져 나갔고, 석재유구가 놓여있는 나무 받침 역시 썩어서 붕괴가 걱정될 정도였다.
서울시내 곳곳에 있는 유적지 기념 표석은 관리가 되지 않아 알아보는 시민이 드물다. 종로구 종로 11길에는 기독청년회관(YMCA)가 민족운동의 본거지로 3.1 독립운동을 준비했던 ‘3.1독립운동기념터’ 표석이 있는데 언뜻 보기에는 이곳이 기념터인지도 제대로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시민 백춘옥 씨(75)는 “표석이 잘 관리돼야 사람들이 역사적 장소에 더 관심을 가질 것 같다”며 “깔끔하게 관리되는 것 같지는 않고 쓰레기같은 물건이 옆에 있어 애물단지처럼 느껴진다”고 말했다.
서종원 한국민속예술연구원 학술연구원장은 “유적이 흩어져 있어 통합 관리가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이런 작은 공간이 역사의 기억을 소환할때 한 공동체의 정신이 풍요로와 지는 것”이라며 “정부 차원에서 유적 관리에 힘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