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팔셔츠→패딩으로 싹…"가을옷 장사는 포기" 옷가게도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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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3. 오전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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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매장. 급작스레 떨어진 기온으로 털자켓 등 두꺼운 외투를 판매하고 있다./사진=김서현 기자.

"올해 가을은 없었다고 보면 돼요."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서 만난 옷가게 점주 A씨는 겨울 스웨터로 가득찬 매장을 둘러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가게 입장에서도 가을은 건너뛴다고 생각하는게 마음이 편하다"며 "요즘은 도매상에서부터 가을옷을 대폭 줄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A씨는 지하상가에서 20년째 장사하고 있다.

짧아지는 가을에 옷가게들이 골머리를 앓는다. 지난달까지 더운 날씨가 이어지다 갑작스레 기온이 떨어져 가을옷 장사를 포기해야 할 판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23도로 역대 9월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지난달 전국 폭염일수(1.6일)와 열대야일수(0.9일)도 각각 지난해에 이어 역대 2위를 기록했다. 9월에 기록적인 고온 현상이 해마다 이어지는 양상이다.

반면 이날 아침 기온은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5도 안팎의 분포를 보이고 있다. 전날에도 전국 최저기온이 1.5~15.3도를 기록하며 평년보다 추운 날씨가 계속되고 있다.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속터미널 지하상가 매장에 패딩이 진열돼 있는 모습./사진=김서현 기자.

이날 고속터미널 지하상가에선 겨울옷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매장마다 패딩 점퍼와 털 가디건, 기모 후드티 등 두꺼운 의류가 진열됐다. 털모자와 오리털 조끼패딩을 함께 옷걸이에 걸어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상인들은 가을옷보다는 겨울옷 판매에 집중하고 있다. 상인 B씨는 "지난해 가을옷이 너무 안 팔려서 올해는 60% 넘게 재고를 줄였다"며 "그런데도 안 팔려서 겨울옷을 파는 방향으로 빠르게 틀었다"고 말했다. 이어 "반품이 가능한 도매상과 거래하면서 남는 가을옷 재고는 반품 처리도 하고 있다"고 했다.

8년째 장사 중인 유희라씨도 "최근까지도 반팔 티셔츠를 팔다가 갑자기 두꺼운 겨울옷을 내놓게 됐다"며 "이번주는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오리털 패딩이 인기가 좋다"고 말했다.

온라인 쇼핑몰도 비슷한 상황이다. 한 쇼핑몰 운영자 C씨는 "가을 상품 위주로 구성했다가 급하게 겨울 제품으로 전환하면 재고 부담이나 할인 판매로 손실이 발생한다"며 "가을은 넘기고 겨울 시즌 제품에만 집중하게 된다"고 했다.



소비자도 "가을옷은 안 사요"


2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지하상가 매장에 패딩코트가 진열돼있는 모습./사진=이정우 기자.

소비자들도 가을옷 구매를 포기한다. 20대 직장인 김모씨는 "9월 지나고 가을옷을 구매하려고 예산도 생각해두고 뭘 살지 고민하고 있었다"면서도 "갑자기 날씨가 추워져서 올해는 가을옷을 구매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가을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 기상 전문가의 설명이다. 오재호 부경대 환경대기학과 명예교수는 "올해 평년보다 높은 해수면온도의 영향으로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에 오래 머물렀다"며 "한반도가 열탕 안에 들어간 것과 같은 효과가 나면서 가을이 여름처럼 더웠다"고 설명했다. 이어 "요즘은 북쪽 찬 공기가 유입돼 갑자기 추워지다보니 사람들이 가을옷을 덜 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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