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현지시간) 파리 검찰관 로르 베콰오는 루브르 큐레이터의 추정을 인용해 도둑들이 루브르 박물관에서 훔쳐간 유물 8점의 가치가 약 8800만 유로에 달한다고 RTL 프랑스 라디오에 밝혔다. 그러면서 "이 피해는 경제적 피해에 불과하다. '역사적' 손실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네 명의 도둑이 기계식 리프트가 장착된 트럭을 이용해 센강 근처 발코니로 루브르 박물관에 침입해 불과 7분 만에 위층 창문을 부수고 갤러리에서 유물을 훔쳐 오토바이로 도주했다. 도난당한 보석 8점에는 19세기 초 마리 아멜리 왕비와 오르탕스 왕비의 티아라 및 귀걸이가 포함돼 있다. 나폴레옹 3세의 아내 유제니 황후의 왕관은 박물관 밖에서 발견됐는데, 도둑들이 도주 중 떨어진 것으로 보인다.
'국가적 망신'으로 프랑스의 자존심이 바닥에 떨어진 가운데 루브르 박물관은 도난 유물에 대한 별도의 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문화부는 "무한한 유산과 역사적 가치를 지닌 유물에 관련된 어떤 손실에 대해서 국가가 보상받지는 못한다"고 밝혔다. 문화부 대변인은 르파리지엥에 "국립 박물관의 작품들이 일반적 보존 장소에 있는 상태에서는 국가가 자체 보험자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루브르 박물관처럼 보유 유산이 거대한 국립박물관이 평시 보험에 가입하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부터 타니스의 스핑크스까지 방대한 컬렉션의 가치를 일일이 평가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보험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루브르 박물관 유물만으로도 기존 미술품 특수 보험시장의 전체 규모를 압도할 것이란 추산이다.
한편 파리에서는 지난달 자연사박물관에서 중국인 여성이 금괴 6kg을 훔치는 도난 사건이 발생해 지난 13일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여성은 볼리비아, 미국 캘리포니아, 우랄산맥, 호주 등지서 발굴된 금을 박물관에서 훔쳐 중국으로 달아나려다 잡혔다. 체포 당시 용의자는 그 중 바로셀로나에서 녹인 금 1kg을 들고 있었다.
유럽 전역에서 최근 유물 도난 사건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는데 도난 목록 상당수가 금이다. 이달초 영국 궤일스 국립박물관은 청동기시대 금 유물을 도난당했고 올해 초 네덜란드 드렌츠 박물관에서도 금이 도난됐다. 최근 몇달 동안 금과 은 가격이 치솟아 금괴 가격이 올해만 50% 뛰었다.
베콰오 검찰관은 "금 가격 상승이 도난 강도 사건의 동기가 됐을 수도 있다"며 "(도둑들이) 보석을 암시장에 팔기 전 재연마할 가능성이 높은데, (금 가격 상승으로) 녹인 금속의 가치가 절도된 물건에서 잘라낸 귀중한 보석의 가치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