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이 집에서 버티자" 갈아타기 미룬다…매수도, 매도도 '스톱'

김평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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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2. 오전 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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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을 규제 지역으로 지정한 10·15 부동산?대책을 발표한 가운데 갭투자 수요를 차단하고자 해당 지역들은 오는 20일부터 내년 12월 31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돼 2년 실거주 의무 및 담보인정비율(LTV) 40% 규제가 적용된다. 사진은 19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사진=뉴스1
#. 서울 서대문구 아파트에 거주중인 30대 직장인 박모씨는 최근 성동구나 마포구 등으로 이사할 것을 고민했다. 현재 소유중인 집보다 1억~2억원 가량 비싼 곳으로 '갈아타기'를 준비한 것. 하지만 정부의 10·15 부동산 대책으로 규제가 강화되면서 '갈아타기'를 미루기로 했다. 세금과 중개수수료, 이사비용 등 '거래비용'이 만만찮은데 대출여력이 크게 줄어들면서 여유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에 대한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이 전날부터 발효되면서 부동산 매매시장이 급속히 냉각되고 있다. 거래에 필요한 규제가 한층 강화된 데다, '갭투자'나 갈아타기 수요가 사실상 봉쇄되면서 시장 전반이 '살던 곳에 그냥 살자'는 분위기로 급변했다.



서울 전역·수도권 12곳, 허가 없이 '매매 불가' 갈아타기 수요 '패닉'…"1억 써서 옮길 이유가 없다"


정부는 20일부터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었다. 허가 대상은 주거지역 기준 18㎡ 초과 토지(대부분 아파트와 연립주택 포함)로, 매수자는 실거주 목적이 아니라면 거래가 불가능하다.

정부는 최근 서울 및 수도권의 집값 재상승 조짐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한다. 시장에서는 "거래 자체를 봉쇄한 조치"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토지거래허가제는 단순히 투자 수요뿐 아니라 실수요자의 '이동'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서울 노원구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규제 직전까지만 해도 갈아타기 매수 상담이 많았는데, 허가제 시행 하루 만에 전부 취소됐다"며 "취득세, 중개수수료, 이사비, 인테리어 비용까지 감안하면 적어도 수천만원, 많게는 1억원 이상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비용 구조는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에게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기존 주택을 팔아 새 집으로 옮기려던 수요자들이 거래를 보류하면서, 시장은 '매도도, 매수도 멈춘' 정지 상태에 빠졌다.



대형 단지 매물 '증발'…"급매만 간신히"


서울 강남·마포·성동 등 주요 지역 대형 단지의 매물은 하루 새 눈에 띄게 줄었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경우 중개사이트 실거래 매물이 전주 대비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정부 발표 이후 바로 매물 거둬들이는 사례가 속출했다"며 "실거주 목적이 아닌 이상 거래 허가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가격을 낮춘 급매 외에는 실질적 거래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거래량이 줄자 일부 단지에서는 호가가 오히려 상승하는 '거래 절벽 속 호가 상승'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갭투자 봉쇄·대출여력 축소…실수요 중심 재편, "살던 데 살자" 거래 절벽 현실화


토허제 시행으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갭투자는 완전히 차단됐다. 매수자는 실거주를 증명해야 하며, 4개월 내 전입해야 한다. 이주하지 않으면 거래 자체가 무효로 된다.

또한 앞서 발표된 대출규제 강화 조치로 LTV(담보인정비율)가 40%로 줄면서, 중산층의 자금조달 여력도 급격히 약화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예전엔 8억원짜리 주택을 3억원대 현금으로 살 수 있었지만, 지금은 최소 5억원 이상 필요하다"며 "시장 유동성은 급속히 말라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허가제 시행 후 부동산 커뮤니티와 중개 현장에서는 '이사 포기'가 화두로 떠올랐다. 마포구 공덕동 한 주민은 "집값이 올라서 팔아 이사 가려 했는데, 허가제 때문에 옮길 수가 없다"며 "대출금액을 줄여야 하니 오히려 더 하급지로 가야하는데, 그냥 지금 집에서 버티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같은 심리가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거래 절벽이 장기화될 전망이다. 특히 거래량이 줄어들수록 호가는 강세, 실거래가는 약세로 엇갈리는 '가격 착시'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허가제가 시행되면 시장은 최소 3~6개월간 거래 공백을 겪는다"며 "투자 수요는 사라지고 실수요자들도 움직임을 멈춰 단기 침체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다만 "허가제가 장기화될 경우 시장 기능이 왜곡될 수 있어, 일정 시점에서는 해제 조건이나 완화 방안이 병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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