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그룹의 3분기 실적발표와 함께 동양생명과 ABL생명 인수 효과로 기대하고 있는 '염가매수차익'의 윤곽이 드러난다. 금리 하락과 회계 조정 등의 영향을 받아 염가매수차익의 규모는 3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두 보험사 편입 이후 6월 말 기준으로 평가한 PPA(기업인수가격배분) 절차를 마무리하고 이번 3분기 연결재무제표와 당기순이익에 염가매수차익의 결과를 반영할 예정이다.
PPA는 인수 대상 기업의 자산과 부채를 공정가치로 재평가해 실제 인수가격과의 차이를 회계에 반영하는 과정이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인수로 약 3000억~4000억원의 염가매수차익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KB증권 등 일부 증권사는 염가매수차익을 1500억~2000억원 수준까지 낮춰잡고 있다. 저렴한 '패키지딜'에 성공한 덕에 인수 초기 6000억원 이상 염가매수차익을 기대했으나 금리 하락과 함께 평가 기준이 보수적으로 바뀌는 등 환경 변화로 '싸게 산 효과'가 예상보다 더 감소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우리금융이 두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던 시기에는 금리가 상대적으로 높았다. 금리가 높으면 미래에 지급할 보험부채의 현재가치가 작게 계산돼 순자산이 크게 잡힌다. 그러나 올해 금리가 빠르게 떨어지면서 보험부채의 현재가치가 커지고 결과적으로 순자산이 줄어들며 염가매수차익이 감소한다.
보험사 장부에 쌓여 있던 기타포괄손익(OCI) 손실도 다시 평가 대상이 된다. 아울러 최근 회계법인들은 PPA를 진행할 때 자산 가치를 보수적으로 평가하고 보험계약부채는 엄격하게 반영하는 추세다.
우리금융 고위관계자는 "금리 하락과 회계조정이 동시에 반영되기 때문에 초기 예상 수준보다 낮게 평가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염가매수차익은 나와봐야 알겠으나 3000억원대 정도면 기대한대로 나오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은 두 보험사의 재무구조 개선 방향도 함께 점검하고 있다. 인수 이후 두 회사의 자본비율 관리가 우선적인 숙제다. 염가매수차익이 반영되면 순이익과 이익잉여금이 함께 증가해 그룹의 자기자본비율이 높아지면서 당분간 별도 증자 부담은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보험부채 평가 방식이 바뀌는 IFRS17 체계 하에서 금리 하락이 이어지면 추가 자본확충 필요성이 커진다. 우리금융은 이를 감안해 자본성 증권 발행 등 다양한 자본 효율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보험사에 대해 공정가치 평가를 진행 중이고 재평가를 통해 현황을 보다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자본 유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당장 보험사 증자가 필요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우리금융의 3분기 실적은 염가매수차익 규모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수 있다. 금융지주 순이익 '톱3' 경쟁에 뛰어들 기회라는 기대감에서다. 금융권은 두 보험사를 제외한 우리금융의 3분기 순이익을 약 8000억원대로 추정하고 염가매수차익을 반영할 경우 처음으로 분기 순이익 1조원 이상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