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도수치료로 4400만원…실손보험 허위청구 환수율 12%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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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1. 오전 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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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실손보험 허위청구 지급액 558억원…환수액은 67억원 불과
보험사별 도수치료 최다 청구자 사례 보니…연 94회 청구 사례도
추경호 "실손보험 고액·비급여 진료비 집중, 재정건전성 훼손…금융당국 구조적 대응 필요"
2024년 기준 실손의료보험 허위청구 환수비율/그래픽=김현정
실손의료보험에서 도수치료와 같은 고액 진료비가 소수 가입자에게 집중되는 구조가 드러났다. 허위청구 규모는 연 수백억원대에 달하지만 환수율은 10%대에 그치면서 보험 재정 악화의 뇌관으로 지목되고 있다. 실손보험 청구 규모 자체도 매년 빠르게 불어나고 있어 구조적인 대응 없이는 적자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경호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실손보험 허위청구 적발 건수는 1015건(생명보험 211건·손해보험 804건)에 달했다.

2024년 기준 실손의료보험 허위청구 현황/그래픽=김현정
허위로 지급된 건수로 따지면 무려 6503건(생보 3313건·손보 3190건)이 적발됐다. 하나의 적발 건에 다수의 청구가 포함된 경우가 다수였다. 이 중 환수된 건수는 2174건(생보 1362건·손보 812건)에 불과하다.

허위청구된 액수는 총 558억원(생보 59억원·손보 499억원)이었는데, 환수금액은 67억원(환수율 12%)에 불과했다. 검찰 송치 후 사법절차 진행 건수는 269건으로 집계됐다.

허위청구 환수율이 10% 초반대에 머무는 건 검찰 수사 등에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데다 범인이 잡히지 않는 경우도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에서 자체 조사하면서 사기혐의가 발견되면 그 단계에선 수사까지 가지 않고 환수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액수가 적은 경우"라며 "금액 규모가 크면 대부분 수사 단계까지 진행돼 오래 걸리는 경우가 많고 특정 보험사기 한 건에 여러 혐의자가 연루된 조직형 보험사기도 많아 시간이 오래 걸리고 환수가 어려운 편"이라고 했다.

이어 "보험사가 보험사기로 확정판결을 받은 혐의자에게 별도로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데 여기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며 "상환능력이 없는 취약계층이 연루되는 경우가 많고 소액사건 비중이 높은 점, 수사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점, 판결 이후에 별도의 소송이 필요한 점 등 다양한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허위청구 수법은 △백내장 수술 후 6시간 이상 입원한 것으로 허위 진단서 발급 △미용 시술 후 도수치료로 둔갑 △브로커 연계 수술비 부풀리기 △면역주사제 허위 처방 △허위 입원 등으로 다양하다.

특히 도수치료와 미용 목적 시술을 결합한 과잉 청구는 대표적이고 반복되는 유형이다. 실례로 C병원은 의사가 방송 출연과 유튜브 운영으로 인지도를 높였다. 이후 의료진과 브로커를 통해 환자를 모집해 실제로는 미용 시술을 시행하면서도 도수·무좀치료로 허위 진료기록을 발급했다. 이를 통해 보험금 10억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보험사별 도수치료 최대 청구자 현황/그래픽=김다나
금감원이 지난해 보험사별 도수치료 최대 청구자를 분석한 결과, 1인당 최대 94건을 청구한 사례가 확인됐으며, 최대 청구금액은 총 4350만원에 달했다.

허리근육 손상과 허리디스크 등 증상으로 총 63번 재활의학과를 방문해 총 3670만원(건당 58만3000원)을 청구한 경우,경추통·요통으로 74회 정형외과에 내원해 총 1378만원의 금액을 청구한 경우 등 허위청구 의심사례가 확인됐다.

허위입원도 자주 활용되는 수법이다. D병원은 브로커, 가짜환자와 공모해 정상 입원한 것처럼 진료기록부를 작성하거나 환자가 실제 부담한 금액을 초과한 진료비 영수증을 발급해 총 19억8000억원을 편취했다.

보험업계 실손보험 청구금액/그래픽=김현정
실손의료보험 청구 규모는 빠르게 불어나고 있다. 실손보험 보험금 청구금액은 2021년 17조5449억원에서 2024년 24조4156억원으로 3년 새 약 40% 증가했고 2025년 상반기에만 13조6286억원이 청구되며 증가세가 가팔라졌다. 손해보험사의 청구금액이 전체의 약 85%를 차지한다.

보험업계 실손보험 지급금액/그래픽=김현정
세대별 경과손해율도 모든 세대에서 90%를 상회했다. 1세대 상품의 손해율은 2020년 128.5%에서 2024년 97.7%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100%에 근접한다. 지난해 2세대는 92.5%, 3세대 128.5%, 4세대 111.9%로, 3·4세대 손해율이 1·2세대를 역전하는 추세가 굳어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고액·비급여 진료비가 일부 가입자에게 집중되는 전형적인 역선택 구조를 띠고 있다"며 "허위 청구에 대한 제재 강화, 실시간 청구 모니터링, 심사 전문 인력 확충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의원은 "실손보험의 고액·비급여 진료비 집중은 재정건전성을 훼손하고 허위청구 환수율이 10%대에 그친 것은 감독 체계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라며 "비급여 관리와 실시간 모니터링, 허위청구 제재 실효성 제고 등 금융당국의 구조적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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