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장관은 20일 미국 출장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인천국제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거기까지(미국이 전액 현금투자를 요구하는 상황까지) 갔으면 문제를 해결할 수 없었을 텐데 이에 대해 상당 부분 미국 측에서 우리 의견을 받아들였다"며 이같이 말했다.
3500억달러 대미 투자펀드는 미국이 우리나라에 대한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관세 등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대가로 우리나라가 미국에 제공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하지만 투자방식과 이익배분 등에서 한미 간 의견 차이가 상당해 관세 협상에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미국은 투자금 전액을 현금으로 직접 투자하길 요구한 반면 우리나라는 융자·보증 등 간접투자로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미국의 요구대로 전액 현금투자를 할 경우 과도한 외화 유출로 외환위기가 발생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등 통상당국은 관세 후속협상을 위해 수 차례 미국을 방문해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 등과 협의를 이어갔다. 이날 김 장관의 발언에 따라 미국이 한국의 입장을 일부 수용하기로 하면서 최종 협상도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다. 대미 투자펀드 중 현금 투자비중을 일정 비율로 제한하거나 분할 투자하는 방식 등이 검토될 수 있다.
김 장관은 대미 투자로 인한 외환시장 우려에 대해 "(양국 협상에서) 한국의 외환시장에 부담을 주는 선에서는 안되겠다는 컨센서스(합의)가 있었다"며 "이를 바탕으로 협의가 진전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와 관련한 한미 공동 합의문이 도출될 가능성도 나온다. 김 장관은 "양측이 APEC을 계기로 협상을 한번 만들어보자는 데 어느 정도 일치감이 있다"며 "그 시점보다는 이것이 국익에 가장 맞느냐 하는 게 더 우선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시기적으로 APEC 전에 해결할 수 있는 과제인지는 판단이 필요할 것"이라며 "필요하면 (미국에) 한 번 더 갈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