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이동식에어컨 냉방능력 '뻥튀기'…정부보조금 43억 줄줄 샜다

이승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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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2025.10.21. 오전 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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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2025 국정감사]산안공 "제조사 위주 책임 묻겠다"…이용우 의원 "형사고발 검토해야"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광주지역 최고기온이 36도로 예보된 29일 오전 광주 북구 옛 중흥2동 행정복지센터 철거현장에서 노동자들이 휴식시간을 이용해 물을 마시며 더위를 쫓고 있다. 광주지역에는 지난 20일 이후 현재까지 열흘 동안 폭염특보가 이어지고 있다. 2025.07.29. leeyj2578@newsis.com /사진=

이동식 에어컨 제조사들이 실제 냉방 능력보다 평균 18% 이상 부풀린 수치를 제출해 '건강일터 조성지원사업' 정부 보조금이 지난 5년 동안(2021년 제외) 약 43억원 초과 집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20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노동부 산하 기관인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냉방 능력 기준 미달 제품 지원 등으로 2020년부터 현재까지 적발된 부정수급 건수는 총 9612건, 추산 금액은 43억9500만원에 이른다. 공단은 추가 조사를 통해 부정수급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공단은 폭염 작업 노동자 보호를 위해 상시근로자 수 50인 미만 사업장 등 소규모 사업장이 온열 질환 예방 장비를 구입하면 비용 일부를 보조금으로 지원하는 '건강일터 조성지원사업'(일명 클린사업장)을 진행하고 있다.

이동식 에어컨의 경우 에어컨 제조사에서 제출한 카탈로그에 표기된 냉방 능력을 기준으로 보조금 한도를 차등 적용해왔다. 예를 들어 냉방 능력이 3000~4000kcal/h면 최대 지원 한도는 79만6000원이고 1000kcal/h 씩 높아질수록 85만9000원, 104만1000원으로 보조금 규모가 커지는 식이다.

그런데 올해부터 이동식 에어컨에도 에너지소비효율등급 표시 의무화 제도가 시행되면서 공단은 최근 실제 냉방 능력과 기존에 제조사가 제출했던 냉방 능력에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다.

/자료=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제공.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사업에 참여한 약 14개 제조업체는 실제 냉방 능력보다 평균 약 18.5% 높은 수치를 신고해 납품해왔다. 한 업체는 실제 냉방 능력이 4300kcal/h인 제품을 카탈로그엔 5400kcal/h로, 다른 한 업체는 실제 5000kcal/h 제품을 6100kcal/h로 오표기했다. 이에 따라 에어컨 1대당 보조금은 평균 17만원 초과 결정됐다.

조사 대상에 포함된 한 이동식 에어컨 제조사는 공단 측에 "(올해 전까진) 이동식 에어컨의 냉방 능력 표기 관련 명확한 규정이 없어서 약 20년 전 조달청의 규격서 규정을 준용해 왔다"며 고의적인 오표기는 아니었단 취지를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공단은 추가 조사를 이어가고 있으며, 부정수급이 제조사의 오표기로 인해 발생한 만큼 보조금 환수 조치 시 사업장 보다는 제조사를 중심으로 대응하는 방안을 우선 검토하고 있다.

이용우 민주당 의원은 "50인 미만 취약 사업장의 노동자를 폭염에서 보호하기 위한 사업에서 에어컨의 냉방 능력을 부풀려 판매하는 것은 사업 취지에 막대한 악영향을 끼친 것"이라며 "국가를 속이고 보조금을 편취하는 매우 큰 중범죄로 단순 사업참여 제한 뿐만 아니라 형사 고발 등 그에 걸맞은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미선 기상청장에게 질의를 하고 있다. 2025.10.17. kgb@newsis.com /사진=김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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