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뉴스1에 따르면 피해자 A씨는 대학 선배 소개로 지난 7월17일 캄보디아 떠났고 도착하자마자 바로 납치·감금됐다.
이후 일주일 뒤인 25일 A씨 휴대전화로 가족들에게 금전을 요구하는 협박 전화가 왔다. 가족들은 곧바로 현지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하고 그다음 날 경찰에 납치 사실을 신고했다.
이후에도 납치범들은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했지만 유족들은 '돈을 주면 안 된다'는 경찰과 대사관 말을 듣고 기다렸다. 결국 연락이 끊긴 A씨는 지난 8월8일 캄보디아 캄포트주 보코 산 지역에서 결국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대사관은 다음날인 9일 A씨 사망을 확인하고 이틀 뒤인 같은 달 11일 한국 경찰청에 신원 확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 아버지는 "아들이 떠난 지 3개월이 다 돼 가는데 이제야 부검한다"며 "원래 부검 후 화장해 다음 날 바로 집으로 보내주기로 했지만 절차 타령하며 기다려 보라고 한다. 지금까지 기다리면서 장례식을 몇번이나 취소하는지 모른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납치범이 아들을 고문하고 있을 때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다"며 "아무것도 할 수 없던 나 자신이 너무 원망스러웠다. 협박 전화를 받은 후 대사관, 외교부, 경찰의 말만 듣고 그대로 따랐지만, 돌아온 건 아들의 사망 소식과 그로부터 수개월간의 시신 방치, 그로 인한 시신 보관 비용 수백만원이다"라고 한탄했다.
A씨 친형은 "동생 전화번호로 걸려 온 협박범들 전화를 받고 7월25일 대사관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대사관에서는 '신고에 필요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다'며 동생의 위치 등 추가 정보를 확보해 현지 경찰에게 신고하라'고 했다"며 "그러나 뒤늦게 주캄보디아 대사관이 현지 경찰에 해당 사건에 대해 협조 요청조차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했다.
이어 "다음날인 7월26일에는 예천경찰서로 신고했고 신고 후에도 소식이 없자 전화해 재촉했더니 '여기서는 우리가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다'라고 했다"며 "태어나서 처음으로 대한민국이 원망스러웠다"고 했다.
유족 측은 "각 지역에서 캄보디아 범죄조직에 돈을 주고 풀려났다는 증언들이 계속 공개되면서 이럴 줄 알았으면 대사관, 경찰 말 듣지 말고 돈을 줬어야 했나? 하는 후회가 밀려들어 너무 괴롭다"고 심정을 밝혔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과 보건 공무원, 경찰 수사관 등은 캄보디아 수사 관계자들과 함께 현지 의료기관에서 오는 20일 A씨 공동 부검을 실시한다. 경찰은 현지 부검 과정에서 피해자 사망 원인과 범행 수법, 외상 여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