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R&D 생태계 개선 주효…공급망 회복력·CDMO 경쟁력도 강점
한국이 올해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 지수에서 22개국 중 3위를 차지했다. 2년 사이 9계단 상승하며 가장 큰 폭의 상승세를 보이며 아시아에선 1위다. 대외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와 확신이 형성된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글로벌 생명과학기업 싸이티바는 16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2025 글로벌 제약바이오산업 지수'를 발표했다. 이 지수는 ▲공급망 회복력 ▲인적자원 ▲연구개발(R&D) 생태계 ▲제조 민첩성 ▲정부 정책·규제 ▲지속가능성 등을 평가하며, 주요국 제약바이오 업계 임원진 대상 설문 및 인터뷰를 바탕으로 산출된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산하 리서치 기관인 롱지튜드와 싸이티바가 공동으로 2년마다 발표한다.
전 세계 평균 지수는 10점 중 5.96점으로 2023년 6.08점에서 소폭 하락했다. 공급망 회복력은 개선됐으나 인적 자원, 제조 민첩성, 정부 정책 및 규제 등이 여전히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단 분석이다. 특히 유사 시 생산량을 확대할 수 있는지 등을 평가하는 제조 민첩성 항목의 지수는 6.65점에서 5.77점으로 크게 하락했다. 디지털 기술 활용, 정부 정책 지원 및 규제 혁신 노력, 지속 가능성 투자 등이 향후 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의 전체 지수 평균은 6.49점으로 국가별 순위에서 스위스, 영국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아시아 지역에선 1위를 차지했으며, 싱가포르와 일본이 그 뒤를 이었다. 세부 평가 항목에선 ▲공급망 회복력 7위 ▲인적 자원 6위 ▲R&D 생태계 3위 ▲제조 민첩성 4위 ▲정부 정책 및 규제 3위 ▲지속가능성 17위를 기록했다.
인적 자원과 R&D 생태계 항목에서의 개선이 순위 상승에 크게 기여했다. 인적 자원 항목의 지수는 2023년 5.13점에서 올해 6.5점으로 크게 올랐다. 정부의 바이오 인재 양성 정책이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여전히 GMP 인력과 디지털 및 AI(인공지능) 인재 확보와 관련된 어려움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특히 세포유전자치료제(CGT), AI, 지속가능성 분야의 전문인력을 구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급격히 수요가 늘어났을 때 필요한 원부자재와 장비 등을 확보할 수 있는지 등을 평가하는 공급망 회복력 항목의 지수도 6.57점에서 7.47점으로 개선됐다. 이와 관련해 최준호 싸이티바 아태지역 총괄 사장은 "원부자재 다각화 및 온쇼어링 전략 등의 노력이 성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한국이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의 갈등 사이에서 상대적으로 안정된 생산처로 평가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글로벌 산업 자체의 분업화와 전문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플레이어로 인정받고 있다"며 "위탁개발생산(CDMO)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이 확대되고 있는 차원에서 국내 CDMO 기업들이 아주 좋은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의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을 만났을 때 국내 CDMO 기업들이 품질 면에서 매우 앞서있다는 의견을 공통적으로 듣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제조 민첩성과 정부 정책 항목에선 CGT 등 첨단 치료제와 관련해 개선돼야 할 부분도 지적됐다. 제조와 관련해선 첨단 치료제 제조에서 표준화가 부족하고 복잡한 공정으로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규제 측면에선 첨단재생의료·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지원에 관한 법률(첨생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CGT 승인 절차가 여전히 복잡하다.
최 사장은 "지금까지 한국 제약바이오 산업은 패스트 팔로워였고 특정 분야에선 선도자의 위치로 전환해나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더 앞서나가기 위해선 혁신과 전략적인 투자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산업 생태계 측면에선 산업의 여러 이해관계자들이 협업 기회를 찾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