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 전쟁을 원치 않지만 두렵지도 않으며 단호한 조치를 취하겠다."(중국 상무부)
해빙 무드로 접어드는 듯했던 미중 관계가 한 달여 만에 급반전해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이달 말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 회담을 앞두고 협상력을 넓히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있지만, 양국 간 무역 합의가 그만큼 순탄치 않음을 드러낸다. 11월 1일 대중 관세가 '100% 추가'되기 전 갈등이 봉합되지 않은 한 양국은 누가 더 큰 경제적 고통을 감당할 수 있는지 경합해야 할 판이다.
휴전 깨진 미중, 희토류 vs 관세 +100%…힘의 대결 지난 9월 19일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전화 통화 후 "APEC(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시 주석을 만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양국 정상이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평가했다. 양국은 5월부터 4차례 고위급 무역 협상을 이어가며 관세를 각각 115%포인트씩 낮추기로 하고 '관세 휴전' 국면을 이어왔다. 하지만 정상 간 만남을 3주가량 앞두고 휴전이 깨졌다.
중국도 미국의 100% 추가 관세가 뼈아프긴 마찬가지다. 현재 중국의 대미 실효 관세율은 세계 평균보다 25%포인트 높은 40%로 중국은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도 8월 말 기준 수출액이 3조7000억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100%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미국의 대중국 관세는 155%로 치솟는다. 단순히 비용을 늘리는 수준이 아니라 무역을 마비시키는 수준이다. 올해 5% 안팎의 성장에 총력을 기울이는 중국으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사수하기 위해 부양책을 쏟아냈지만 지난 9월까지 받아든 경제 지표는 신통치 못했다. 4분기 추가 부양책을 내놔도 미국의 추가 관세는 통제 밖이다. 내년부터 15차 5개년 계획을 여론의 전폭적 지지하에 추진하려면 14차 5개년 계획상 마지막 해인 올해 예고한 성장률을 달성해야 한다.
일각에선 APEC 정상회의에서 협상력을 극대화하기 위한 양국 각자의 전략일 수 있단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중국 상무부는 미국에 대해 날 선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수출 통제 조치 발표에 앞서 관련 국가에 이를 미리 통보했고 공급망에 미칠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도 "시 주석을 만날 이유가 없어 보인다"면서도 "회담을 할 수도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APEC 정상회의가 이달 31일 열리는 데다 미국의 추가 관세와 중국의 희토류 수출 통제 적용 시기도 다음 달 1일부터라 양국이 협상할 시간은 남아있다는 게 외교가의 시각이다.